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흔히 보지 못했던 묵직한 웰메이드 역사극 2편이 나란히 시청자들을 만난다.
첫 주자는 ‘녹두꽃’이다. 오는 26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열혈사제’(이상 SBS)의 후속으로 첫 전파를 탄다.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동학농민운동을 다뤘단 점이 신선하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휴머니즘적으로 풀어냈다.
기존 사극과는 다른 결을 가져간다. 궁중 내 권력 암투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었던 여타 극과는 달리 조선 땅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민중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200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전해져 규모감 역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진과 캐스팅 모두 출중하다. ‘정도전’ ‘어셈블리’ 등을 통해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선보여 왔던 정현민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같이 선 굵은 연출을 뽐냈던 신경수 PD가 합심했다. 이복형제 형인 백이강 역에 조정석, 동생 백이현 역에 윤시운, 냉철한 판단력과 카리스마를 갖춘 상인 송자인 역엔 한예리가 캐스팅됐다.
다음 달 4일 첫 전파를 타는 ‘이몽’도 만만찮다. MBC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준비한 40부작 드라마다. ‘아이리스’ 등을 집필한 조규원 작가가 극본을 썼고, ‘태왕사신기’ ‘사임당 빛의 일기’ 등을 연출한 윤상호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극은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이요원)과 무장한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의 얘기를 다뤘다. 첩보 액션 드라마라는 슬로건에 맞게 규모도 블록버스터급이다. 사전제작이며 200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PD는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열린 감독과의 대화 자리에서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전했다. 약산 김원봉과 드라마의 연결고리도 함께였다. 약산은 최근 정치권에서 서훈 논쟁이 붙었을 만큼 논쟁적 인물이다. 그는 “김원봉은 일대기로 다루기엔 굉장히 예민한 소재일 수 있다. 김원봉이란 인물이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의열단은 최근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활발히 조명되고 있다. 그는 “의열단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일본에 가장 위협적이었던 단체고, 약산은 그 단체를 만든 장본인으로 상징적으로 내세운 것”이라며 “많은 항일투쟁 독립운동가들이 약산에 투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제목의 의미는 뭘까. 윤 PD는 “이몽의 직역은 다른 꿈이다. 이몽 안 숨겨진 일몽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독립을 두고서도 독립 운동가들이 서로 다른 노선을 가면서 싸우고 각자 다른 생각을 했다”며 “그 이야기가 드라마에 녹아있다. 일몽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몽 속에 담긴 또 다른 의미”라고 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