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콕 집어 ‘제소’했던 日 패배, 8년 간의 ‘원전 수산물 분쟁’

입력 2019-04-12 10:45 수정 2019-04-12 10:47

앞으로 일본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은 ‘한국 식탁’에 계속 오를 수 없다.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한국의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조치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WTO가 한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정부는 규제 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WTO 상소기구는 이날 한국 정부의 일본산 수입 규제 조치가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 사실상 한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수산물 분쟁’ 역사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와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50개 품목, 13개 현의 농산물 26개 품목에 대해 수입을 금지했다. 또한 정부는 일본산 식품에서 세슘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핵종 검사증명서도 요구하기로 했다.

이후 정부는 2013년 9월 도쿄전력 원전의 오염수 유출 사실이 발표되자 수입 금지 품목을 더 확대했다. 수산물은 일본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모든 품목, 농산물은 14개 현의 27개 품목의 수입을 금지했다.

일본 원전 사고에 대한 한국의 ‘수입 금지 조치’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강력한 편이다. 이에 일본은 2015년 WTO에 한국을 제소했다. 수산물 수입 금지와 핵종 검사 증명서 요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수입 금지 조치를 하고 있는 나라 중 유일하게 ‘한국’을 제소했다. 가장 강한 제재를 하는 한국을 이기면 다른 나라의 금지 조치를 풀기 쉬울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1심에서는 패소했다. 그러나 최종심인 WTO 상소기구는 이날 1심 결과를 뒤집고 한국의 조치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WTO 상소기구는 1심에서 일본이 제기한 4개 쟁점(차별성, 무역제한성, 투명성, 검사절차) 중 투명성 공표의무를 제외한 모든 쟁점에서 판정을 파기했다. 3개 쟁점에서 한국의 수입 금지 조치가 맞다는 판정을 한 것이다.

WTO의 판정에 따라 정부는 수입 금지 조치를 유지할 방침이다. 일본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은 계속 금지된다. 또 정부는 앞으로도 일본산 수입식품에서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나올 경우 검사 증명서를 요구할 예정이다.

일본은 WTO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수입 금지 해제 요구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담화를 통해 “한국의 조치에 대해 철폐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8개 현의 수산물 수입 금지는 ‘항구적’으로 할 것이다”며 “이번 문제가 한·일 간 통상 갈등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