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월드허그파운데이션(World Hug Foundation, 이사장 길명순)이 재단 설립 후 처음으로 한인 입양인의 시민권 취득을 도왔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 단체는 한인 입양인 권익증진을 위해 발족된 비영리 협의체다.
재단은 텍사스 휴스턴에 거주 중인 한인 입양아 출신의 조이 알레시(53)가 지난 3일 선서식을 갖고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재단 등에 따르면 알레시는 1966년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7개월에 미국으로 입양됐으나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힘든 성장기를 보냈다. 자신이 입양 후 미국 시민으로 살아왔다고 믿은 알레시는 1992년 업무 차 멕시코를 방문하기 위해 여권 신청을 하게 되면서 자신에게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알레시는 시민권 신청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들을 수소문하며 자문을 구했지만 변호사들은 불법적으로 투표를 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추방까지 당할 수 있다고 말해 최근까지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지내왔다.
재단 측은 “2017년 창립 후 전국의 입양아를 돕는 단체들과 교류하면서 알레시의 사연을 알게 됐다"며 "뉴욕에서 활동 중인 조정민 변호사를 통해 이 해 10월부터 알레시의 시민권 취득을 본격적으로 돕게 됐다”고 전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어 “알레시처럼 영유아 시절 미국으로 입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분을 감춘 채 숨어 지내는 한인 입양인들의 수가 수만 명에 이른다”며 “이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많은 한인들의 관심과 후원을 당부했다.
길명순 이사장은 “입양인들의 경우, 자칫 잘못하다간 미국과 한국 두 나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들은 우리의 아들, 딸들이며 우리가 도와야 한다”며 “이들이 미국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어머니의 마음으로 시민권 취득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월드허그파운데이션은 2016년 입양 인식 개선과 입양인 지원을 위해 발족해 △입양인 권리 문제 해결 △한인 입양인과 세계 빈곤아동 등 다양한 섬김 △미국 내 한인 입양아 위한 제도적 지원과 전인적 돌봄 등으로 입양인들을 위한 섬김과 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때 무국적 해외입양아 문제 등을 지적했던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성북구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추방 위기에 놓인 해외입양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국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회 차원에서 협조할 내용과 방법이 무엇인지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