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판단에서 주요한 기준으로 등장한 것은 ‘임신 22주’였다. 재판관 4명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를 낙태 허용의 기준선으로 제시한 것이다. 태아의 독자적 생존이 가능해지는 시점이라는 의학계의 판단이 근거였다.
재판관들은 “산부인과 학계에 의하면 현 시점에서 최선의 의료기술과 의료 인력이 뒷받침될 경우 태아는 마지막 생리기간 첫날부터 기산하여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면서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훨씬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근거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었다. 임신 22주가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재판관들은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경제적 상황 등을 파악하며, 주변의 상담과 조언을 얻은 뒤 병원을 찾아 수술을 완료하기까지 필요한 기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며 임신 22주까지 생명보호 수단 및 정도의 차등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태아의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시점인 동시에 여성의 결정권이 보장되는 시간으로서 22주가 제시된 것이다.
단순위헌 의견을 개진한 재판관 3명 역시 임신 22주를 낙태 허용의 기준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은 임신 14주까지는 어떤 제한 사유 없이 여성이 낙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재판관들은 “임신 14주 이후 낙태는 수술방법이 더 복잡해지고, 수술과정에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면서 “이른바 ‘안전한 낙태’를 위해서는 임신 14주 전에 잘 훈련된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낙태가 시행되고, 낙태 전후로 적절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이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