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뒤 해외 언론들이 관련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영국 BBC는 “한국에서 낙태 금지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며 해당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BBC는 “낙태죄 폐지를 원하는 사람들은 ‘낙태죄가 한국의 여성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만든다’고 주장해왔다”라며 “2017년에는 한국에서 약 5만 건의 낙태가 음성적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한국 사회가 그동안 여성에게 낙태를 죄처럼 생각하도록 강요해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에서는 낙태를 한 여성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 낙태를 시술하는 의사는 최고 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었다”라며 “성폭행 등 예외적인 경우에 낙태가 허용됐지만 현실적으로는 불법적인 낙태가 만연해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1953년 ‘낙태는 헌법에 반대된다’라고 판결한 것 이후에 낙태 금지령을 뒤집을 획기적인 판결을 내렸다”라며 “한국에서 낙태죄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여성에게 임신 상태를 유지하도록 사회가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한국의 낙태와 여성 인권에 대해 보도하며 “한국의 낙태죄는 그동안 여성과 소녀들에게 차별과 낙인을 만들었다”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선진국임에도 여성은 2등 시민으로 취급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타임은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이 법적인 처벌을 피해 오히려 불법적인 시술을 받거나,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 것을 꼬집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는 31개국이다. 프랑스,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노르웨이에서는 임신 12주까지 여성의 결정에 따라 낙태가 합법이다.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다. 1973년 연방대법원에서 ‘낙태는 헌법에 기초한 개인의 권리’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낙태를 제한하는 법안이 대거 채택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최대 사형을 선고하는 법이 하원에서 논의 중이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임신 3개월 기간까지 낙태가 합법이며, 이후에는 산모의 신체적 위험 등 기타 조건이 부합되는 경우 제한적으로 낙태가 허용된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