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와 ‘단순위헌’ 차이 뭘까

입력 2019-04-11 18:03
뉴시스

헌법재판소는 11일 낙태한 여성과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66년 만에 낙태 처벌 규정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관 4명은 헌법불합치, 3명이 단순위헌, 2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7명의 재판관이 각각 언급한 ‘헌법불합치’와 ‘단순위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헌법불합치는 어떤 조항이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시점까지는 잠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즉각적으로 위헌을 인정할 경우 법의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회는 해당 법률을 정해진 기간 내에 개정해야 한다. 형법상 낙태죄 조항 역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해야 한다.

반면 단순위헌은 해당 조항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는 점에서 헌법불합치와는 다르다. 이번에 나온 헌재 결정은 ‘임신 초기’ 낙태에 대해서만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만일 낙태죄에 단순위헌 판결이 내려졌다면 임신기간에 상관없이 모든 임신부가 낙태해도 처벌받지 않게 된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들은 임신 초기를 ‘임신 22주’까지로 간주했다.

즉 헌법불합치 결정은 단순위헌과 달리 ▲법의 위헌성을 인정하되 한시적으로 법을 유지한다는 점 ▲위헌으로 인정한 범위가 다르다는 점 ▲입법자에게 입법 시한을 정해 입법 의무를 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고지윤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단순위헌 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 즉시 처벌 조항의 공백이 생겨 출산 직전에 행해지는 낙태 행위도 처벌할 수 없게 되므로 그 이후의 낙태 행위는 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은 낙태죄를 두고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했다. 단순위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은 헌법불합치 결정 의견과 동일한 의견을 내면서도 “낙태죄가 폐지되더라도 법적 혼란은 없으므로 단순위헌이다”라고 언급했다. 반면 합헌 결정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강태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