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가 66년 만에 사실상 위헌 결정이 난 가운데 여성단체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 등이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관 4명이 헌법불합치, 3명이 단순 위헌, 2명이 합헌 의견을 각각 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3개 단체가 모여 만든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이후에는 환호하며 입장문을 통해 “2019년 4월 11일은 그동안의 치욕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날”이라고 강조했다.
모낙폐는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였다”며 “오늘은 대한민국에서 낙태죄를 66년 만에 헌법재판소의 2012년 합헌 판결 7년 만에 역사적인 진전을 이룬 날”이라고 했다. 또 “국가가 여성을 인구 조절의 도구로 삼아온 역사를 지금 이 자리에서 종결냈다”라며 “헌재의 이번 결정은 역사를 바꿀 지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질병·연령·경제상황 등 다양한 상황에 있는 사회 구성원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않고서는 누구도 미래를 꿈꿀 수 없다”며 “사회 모든 구성원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여성들은 불법 낙태 수술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하는 이 나라의 2등 시민이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라며 “거리와 광장에서 차별과 낙인을 뚫고 경험을 말하며 싸워온 모두가 승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입법자들에게 책임을 넘긴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전했다.
헌재는 이날 “현재 낙태죄 조항은 경제적, 사회적인 이유로 낙태를 하면 광범위하고 예외 없이 처벌하고 있다”며 “이는 태아 생명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최소한도를 넘어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는 “자기결정권에 과도한 침해가 있는 것이지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입법 공백기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고 오는 2020년 12월 31일 입법 전까지 (기존 법을) 계속 적용한다”고 결정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