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기사회생… 헌재 “일반고 중복지원 금지 위헌”

입력 2019-04-11 16:12 수정 2019-04-11 16:35
헌법재판관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헌법재판소가 학생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법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다만 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없앤 것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관 9명은 1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학생의 자사고·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한 제81조 5항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다만 자사고를 일반고처럼 후기 선발학교로 지정한 제80조 1항은 ‘합헌’으로 봤다.

개정 이전의 시행령에서 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는 통상 8~11월인 전기에, 일반고는 통상 12월인 후기에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었다. 학생은 전기에 자사고, 후기에 일반고를 순차적으로 지원하는 게 가능했다.

정부는 2017년 12월 29일 자사고 폐지 정책의 일환으로 고교 입시시기를 일원화하고 학생의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취지로 시행령을 개정했다. 시행령에서 자사고는 후기지원 학교로 변경됐고, 자사고 입학 희망자는 평준화 지역 내 일반고에 이중으로 지원할 수 없게 됐다.

다만 헌재는 이 사건과 관련한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지원이 가능하도록 지난해 6월 법령의 효력을 정지했다. 자사고 이사장, 입학 희망자들은 개정된 시행령이 헌법에서 보장되는 평등권과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자사고의 입학 열기는 예전 같지 않았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중 확대로 자사고는 ‘내신 성적 향상에 불리한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헌재가 일반고 중복지원 금지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을 경우 자사고 지원자는 ‘고입 재수생’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했다. 헌재가 이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자사고는 기사회생할 동력을 만들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