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가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많은 선수가 체력적으로 지쳐가는 상황에서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는 유독 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팀의 공격을 이끄는 손흥민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그렇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병행 중이지만 쉬어갈 여유는 없다.
토트넘은 지난 두 번의 이적시장에서 단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며 선수단 전체적으로 체력적 과부하가 걸린 정황이 포착됐다.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양측 풀백인 대니 로즈와 키에런 트리피어의 움직임이 더뎌졌고, 에릭센 역시 상대의 전방 압박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하는 모습이 잦아졌다.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은 에릭센이 내려앉으며 전진 패스의 비중이 줄다 보니 토트넘의 파괴력 역시 부쩍 줄었다. 프리미어리그 최근 6경기에서 1승 1무 4패로 부진했던 토트넘의 흐름 속에는 이들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다행히 에릭센은 3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데이에서 휴식기를 취한 이후 제 컨디션을 찾았다.
벤치 자원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꺼내 들 대안은 마땅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은 부상으로 쓰러졌다. 지난 10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상대 수비수 파비안 델프에게 발목을 밟혔다. 올 초에 다쳤던 부위인 만큼 회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케인의 시즌 아웃 가능성을 직접 이야기했을 정도다.
토트넘은 큰 부상이 없었던 손흥민과 에릭센에게 어깨를 기댈 수밖에 없다. 에릭센은 손흥민이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으로 떠났을 때도, 케인과 델레 알리가 부상으로 신음하던 때도 모두 자리를 지키며 홀로 중원에서 싸웠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 UAE 아시안컵 일정으로 대표팀에 차출됐을 때를 제외하면 단 한 번의 잔부상 없이 팀 전력에 버팀목이 됐다. 더욱이 한국과 영국을 오가는 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했다. 볼리비아, 콜롬비아와의 지난 3월 A매치 2연전에서도 풀타임을 뛴 채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주전 풀백인 트리피어와 로즈는 서지 오리에와 벤 데이비스라는 백업 요원 덕에 종종 숨 고르기를 할 수 있었지만 이들은 달랐다. 에릭센과 손흥민만큼은 대체재를 찾기 힘들었다.
토트넘의 올 시즌 잔여 경기는 최소 7경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결과에 따라 경기는 최대 10경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쉴 새 없이 뛰어온 에릭센과 손흥민의 마지막 투혼이 시작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