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즌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을 이끌 중심은 이제 손흥민이다. 토트넘은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권을 놓고 맨체스터 시티와 경쟁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4위에 랭크됐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 수는 최소 7회.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결과에 따라 잔여 경기는 늘어날 수 있다.
팀 내 최다 득점자인 해리 케인이 쓰러졌다.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10일 맨시티를 1대 0으로 꺾은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다. 후반 10분, 상대 수비수 파비안 델프와 볼 경합을 펼치던 중 발목을 밟히며 경기를 뛸 수 없게 됐다. 토트넘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케인의 부상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경기 종료 후 왼발에 깁스를 한 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통과하는 케인의 모습에서 부상이 작지 않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직접 시즌 아웃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케인이 없는 상황을 암시했다.
케인의 부재는 토트넘으로선 큰 타격이지만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미 한 차례 케인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 적이 있다. 케인이 지난 1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왼쪽 발목 인대를 다쳐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다양한 포지션에 위치시키며 여러 공격 전술을 실험해왔다. 그때의 경험이 면역제가 될 수 있다. 오히려 그때보다 상황은 훨씬 긍정적이다.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델레 알리가 건재하다.
토트넘이 추후 들고나올 카드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손흥민의 원톱 활용일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케인과 다른 스타일로 페널티박스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케인처럼 수비수와 경합 후 바로 슛 동작으로 연결하거나 직접적인 제공권 싸움을 벌이지는 않는다. 대신 장기인 침투와 스피드를 활용해 배후 공간을 수시로 노리며 상대 수비수들에게 혼선을 준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알리와 같은 2선 공격수들과의 포스트 플레이 역시 훌륭하다. 케인보다 직접 슛을 하는 빈도는 낮지만 많은 동선을 가져간다. 손흥민의 빠른 발을 활용한 역습 역시 상대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페르난도 요렌테를 중심에 세운 스리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측면 공격수들의 연계를 통해 제공권에 장점이 있는 요렌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책이다.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를 양 측면에 간격을 좁게 배치해 전방 압박을 수행하게 한다. 이러한 가운데 요렌테가 페널티박스 내에서 몸싸움을 펼치며 2선과 측면 공격수들의 연계를 통해 기회를 노리는 식이다. 요렌테가 만들어낸 포스트 플레이나 세컨드 볼 과정에서 손흥민이나 모우라가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토트넘의 남은 시즌 현실적인 목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4위권을 사수하는 것과 함께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선전이다. 6위 맨유(승점 61)와의 승점 차는 3점에 불과하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한 시즌 농사가 좌우될 수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머릿속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손흥민에게 기대감을 걸 수밖에 없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