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7년 만에 다시 심판대로… 판결 경우의 수 살펴보니

입력 2019-04-11 11:32 수정 2019-04-11 13:11
뉴시스

헌법재판소는 낙태(임신중절)행위에 대한 답을 7년 만에 번복할까.

헌법재판소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이날 헌재는 낙태죄 처벌조항인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선고한다.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약 7년 만의 판단이다.

269조 1항은 ‘자기낙태죄’로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혀 있다. 270조 1항은 ‘동의낙태죄’로 의사, 한의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 승낙 없을 땐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총 69회의 낙태 시술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심이 진행되던 2017년 2월 8일 낙태죄 위헌 판단을 위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 처벌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때 재판관 8명 중 4명만이 위헌으로 봤다. 위헌 판단이 나오려면 6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날 헌재는 태아는 임부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된다고 봤다. 임신 초기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금지하는 것이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후 헌재는 정씨의 헌법소원을 놓고 2년 동안 낙태죄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헌재는 ▲위헌 ▲합헌 ▲헌법불합치 ▲한정 위헌 등 총 4개의 선택지를 들고 있다.

만일 재판관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낸다면 낙태죄는 즉시 효력을 잃고 낙태가 전면 허용된다. 이 경우 소급효과가 있기 때문에 2012년 합헌 결정 후 처벌받은 이들은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

법조인들은 헌재가 위헌보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헌법불합치란 어떤 조항이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시점까지는 잠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처벌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한 선택지다. 헌재는 기한을 정하고 위헌소지 없는 새 입법을 국회에 촉구한다. 그 시점 이후 개정되지 않으면 바로 효력을 상실한다.

재판관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지 않으면 합헌 결정된다. 이때 한정 위헌을 고려할 수도 있다. 현행 규정을 유지하면서 낙태죄로 처벌하는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다. 범위를 넘어가는 경우에 한해서 위헌이라고 명시하는 판단이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영진 재판관 등 3명은 앞선 인사청문회에서 현행 낙태죄에 대한 위헌 취지 의견을 내놨다. 이석태·김기영 재판관 역시 낙태죄 처벌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날 헌재 결정을 앞두고 찬반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3개 단체가 모여 만든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후 7시 헌재 결정과 관련한 대중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개신교 단체들이 중심이 된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도 이날 오후 1시 헌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