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없인 못 사나…스위스 커피 의무비축 논쟁 가열

입력 2019-04-11 11:05
스위스 베베이 네슬레 본사에 지난 2월 네슬레 로고가 그려져 있다. 세계적인 식품기업 네슬레는 스위스 연방정부의 식품 비축 규정에 따라 일정량의 커피 원두를 비축하고 보상금을 받아왔다. 네슬레를 비롯한 대부분의 식품회사들은 커피 비축 규정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AP뉴시스

스위스 정부가 비상사태에 대비해 커피를 의무적으로 비축도록 한 규정을 폐지키로 했다. 커피가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유지만, 정작 식품회사들은 이 규정이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된다며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오는 2022년 말까지 커피 의무 비축 규정을 폐지할 방침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위스 정부는 “커피는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다. 열량이 거의 없어서 생리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영양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회사들이 비축해 둔 커피의 양을 자유롭게 줄여도 된다”고 허용했다.

커피 의무 비축제 폐지안은 검토를 거쳐 오는 11월 시행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스위스는 20세기 초 전쟁과 자연재해, 전염병 등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생존필수품을 의무적으로 비축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설탕, 쌀, 식용유는 물론 커피 원두도 비축 대상이다.

세계적인 식품 기업 네슬레를 비롯한 스위스 내 15개 커피 관련 업체들은 국민 850만명이 3달간 소비할 수 있는 양인 약 1만5300t의 원두를 비상시를 대비해 쌓아 두고 있다. 스위스는 인구는 적지만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커피 소비국이라고 ABC방송이 전했다.

정작 커피 비축의무를 지켜야 하는 식품회사들은 규정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스위스의 식량 비축량을 감독하는 기관인 리저브스위스에 따르면 커피 비축의무를 지는 회사 15곳 중 12곳이 의무 비축제 폐지에 반대한다.

의무 비축제는 식품회사들이 커피 공급망을 유지하는데 유리한 규정이다. 스위스 정부는 수입 원두에 매긴 수수료에서 얻은 수입으로 원두를 비축하는 회사들에 연간 270만 스위스 프랑(30억 7000만원)을 보상금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열량을 기준으로 커피를 의무비축 식품에서 제외할 것이 아니라, 항산화 물질이나 비타민 등 커피에 포함된 성분이 가진 효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