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산불 대피 중 숨진 주민, 산불 피해자로 인정

입력 2019-04-11 10:22 수정 2019-04-11 10:31
지난 4일 강풍에 날아온 함석지붕 등에 맞아 숨진 박석전(70)씨 사고 현장. 유족 제공

고성산불 당시 강풍에 날아온 도로이정표 등에 맞아 숨진 박석전(70)씨가 산불 피해 사망자로 공식 집계됐다.

강원도 고성군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4일 숨진 박씨의 사망사고는 고성군에서 산불 대피명령을 내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11일 밝혔다.

대책본부에 따르면 당시 고성 일대에 강풍으로 인해 산불이 확산함에 따라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같은날 오후 8시32분쯤 주민대피명령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고성에는 태풍 규모와 맞먹는 초속 26.5m의 바람이 불었다.

이에 따라 대책본부는 유족이 고성군에 인명피해를 신고하면 피해상황 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구호금 등을 지급할 계획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는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피해상황을 해당 자치단체에 신고하면, 피해신고를 받은 지자체에서는 피해상황을 조사하도록 규정돼 있다.

숨진 박씨의 딸 안모(45‧여)씨는 “어머니가 억울함을 풀고 눈 감으실 수 있게 됐다.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숨진 박씨는 1996년 고성산불로 우사가 불에 타 소 10마리가 죽었고, 4년 뒤인 2000년에는 동해안 산불로 집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화재보험까지 가입하는 등 산불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온 박씨는 결국 이번 산불로 소중한 생명마저 잃었다.

박씨는 지난 4일 오후 10시30분쯤 고성군 죽왕면 삼포리 마을 안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초속 20m가 넘는 강풍에 날아온 도로이정표 등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씨는 산불 대피 준비를 하라는 마을 방송을 듣고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고 당일에는 박씨를 피해자 집계에 포함했으나 다음날 이 사고를 산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박씨를 피해자 집계에서 제외했다.

박씨가 피해자로 집계되면서 강원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2명, 부상 1명로 바뀌었다.

고성=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