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배당오류 사건 당시 잘못 입고된 ‘유령주식’을 매도한 삼성증권 직원 8명 전원이 실형을 면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자신 명의의 계좌에 거액이 입고되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버려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주영 부장판사는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증권 전 직원 구모씨와 최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이모씨와 삼성증권 전 팀장 지모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정모씨 등 나머지 4명에게는 1000만~2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규모가 크고 주식시장에 준 충격이 작지 않다”면서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을 본질로 해 돈에 관해 더욱 철저해야 할 금융업 종사자가 직업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배반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사건의 발단이 회사 측의 전산시스템 허점과 그로 인한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됐다”며 “구씨 등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자신 명의의 계좌에 거액이 입고되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욕심에 눈멀어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 이후 사고처리에 협조하고 피해 축소에 적극 협조하고 실제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구씨 등 8명은 2017년 4월 6일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실수로 잘못 전달된 주식을 매도, 회사와 투자자에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 대해 1주당 1000원을 배당하려다 주당 1000주씩을 배당했다. 이에 조합원 2018명의 계좌에 유령주식 28억1000주가 배당됐다. 사고 당일 삼성증권 직원 중 21명이 매도 주문을 했고, 16명의 501만주(약 1820억원) 주문이 체결됐다. 이 영향으로 당일 주가가 12% 급락해 투자자 피해가 속출했다.
검찰은 주식을 판 21명의 문자메시지, 매매세부내역 등을 조사해 이 중 8명이 고의적으로 주식을 팔았다고 결론 내렸다. 주식 200억원어치를 수차례 매도한 직원 3명을 구속 기소했고 매도금액이 적은 5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금융감독원은 잘못 입고된 주식임을 알면서도 매도 주문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 2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계약 체결 직후 상사에게 보고하는 등 의도성이 작은 것으로 보이는 13명은 불기소 처분했고, 나머지 8명을 재판에 넘겼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