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31)씨의 첫 재판이 10일 열렸다. 증인으로 나온 박씨 어머니는 눈물을 지으며 “죄인의 마음으로 기도하며 살겠다”고 울먹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1회 공판기일에 박씨 어머니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식 재판이어서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하지만 가족과 변호인 접견을 일절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2015년부터 조울증을 앓아온 박씨는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진료를 받다가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5시44분쯤 임 교수에게 미리 준비해둔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변호인과 검찰 양측의 질문이 끝나고 재판부가 “돌아가셔도 된다”고 하자 A씨는 “한마디만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너무 염치가 없어서 그동안 피해자 가족분을 찾아뵙지 못했다”며 “너무 죄송스럽고 백번 천번 사죄드린다. 재판이 끝나면 엎드려 사죄드리겠다”고 눈물지었다.
A씨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아들이 가정폭력에 노출됐고 학창시절에도 맞고 울고 들어오는 일이 많았다. 군에서도 힘듦을 자주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후 환청과 환시 등에 시달리던 박씨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도 했다.
박씨 변호인이 A씨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를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진심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A씨는 울먹이며 “네”라고 답했다.
접견을 일절 거부하고 있는 박씨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재판부가 “접견이나 서신교환 등 접촉이 없냐”고 묻자 A씨는 “아들이 사건 조차 인지를 못하고 있다. 머리에 이상이 생겨서 자기가 큰 죄를 저지른 것도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일 2회 공판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씨가 또다시 불출석할 것을 대비해 구인할 것을 교도소에 요청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