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원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씨의 어머니 A씨가 법정에서 아들의 정신 이상 증세가 심각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0일 임 교수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박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박씨가 불출석한 가운데 그의 모친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모친 A씨는 박씨가 5세 때까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자폐증 증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가정사가 불우했다며 이혼한 전 남편이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는 모습을 어린 박씨가 본 적도 있다고 했다. 박씨는 초등학생 시절 집단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박씨의 폭력적인 성향에 대한 질문에 “군대 등에서 받은 상처를 제게 분출했지만 다른 사람에겐 안 그랬다”며 “제게만 분노를 표출할 줄 알았지 밖에 나가서 큰일을 벌일 줄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군 제대 후 A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결국 박씨 혼자 살 원룸을 구해주자 “이웃이 벽을 뚫고 나온다” 등의 이상 증세를 호소했다고 A씨는 증언했다. 이후 박씨는 강북삼성병원에 강제 입원돼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건 당일 박씨가 병원에 가는 것을 몰랐다고 했다. 체포된 뒤 경찰서에서 면회할 때는 박씨가 “대한민국이 이번 일을 시켰다” 등의 말을 늘어놨다고 전했다. 이후 박씨는 현재까지 가족들과 변호인의 접견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너무 죄송스럽고 물의를 일으켜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도 암에 걸려 사건 이후 피해자 가족을 찾아뵙지 못했지만 재판이 끝나면 사죄하겠다. 기회를 주시면 각별히 신경을 써 돌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상담 중이던 임 교수의 가슴 부위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