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 경영론.
지난 8일 별세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진 촬영 취미를 기업 경영에 접목시켜 만든 말이다. 카메라 앵글을 바꾸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 것처럼 ‘조직의 변화란 결국 관점을 바꾸는 것’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한진그룹은 10일 조 회장이 생전 찍은 사진과 그의 남다른 사진 사랑을 소개했다.
조 회장은 중학교 시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부친인 고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평소 좋아하던 카메라를 선물로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둘은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아버지가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사진 촬영하는 것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한다.
조 회장은 “부친이 선물해주신 카메라를 메고 세계를 여행하며 렌즈 속에 담아왔던 추억들이 아직도 가슴 속에 선연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국내외 사진 전문 잡지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것은 스크랩했다가 참고하고, 사진 전문가와 만날 기회가 있으면 작품에 대해 의논하기도 했다.
국내외 출장을 떠나는 조 회장의 손에는 반드시 카메라가 들려있었다. 배워야 할 점들이 눈에 띄면 카메라를 꺼내 촬영하고는 했다.
조 회장의 사진 취미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말부터다. 그는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달력을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 주한외교 사절단 등 국내외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요즘 손자들을 보며 세상 사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나의 선친이 내 아들과 그랬듯이 나도 손자들과 함께 세상 구경 나설 날이 기다려집니다. 그때 카메라를 통해 보는 세상이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을 진정 알게 되겠지요.” 그가 2011년 달력 첫 장에 남긴 글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09년 국내 및 해외 각지를 다니면서 틈틈이 촬영한 사진 중 대표작 124점과 이에 대한 해설을 260여 페이지에 담아낸 사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오면 지나치지 않고 차를 세워 촬영했다고 한다.
해당 사진집에는 하늘에서 담아낸 지상의 풍경과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 창공을 날아가는 새, 광활한 대지에 뻗은 길 등이 수록됐다.
조 회장은 사진을 통해 나눔 경영을 실천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8월 자신의 호를 딴 ‘일우(一宇) 사진상’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일우 사진상’은 한진그룹 산하 공익 재단인 일우재단이 주관한다. 매해 주목할 만한 사람 2~3명을 선정해 이들에게 작품 제작과 전시, 출판 등을 지원했다.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세계적인 작가로 육성하기 위해서였다. ‘일우 사진상’은 전문적인 심사 방식과 수상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특전을 갖춰 국내 최고 권위의 지원 제도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다음은 한진그룹이 공개한 조 회장의 사진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