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유명 배우 A씨는 본인과 가족 명의의 1인 기획사를 설립했다. 이후 회사 소속 직원에게 허위로 용역비를 송금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소득을 탈루했다. 탈루한 소득으로 고가의 외제차와 부동산을 샀고 가족에게 이를 증여했다. 또 가족들이 보유한 주식은 자신이 의도적으로 고가에 사들여 편법으로 부를 이전했다. A씨는 소득세 등 30억원을 내야 한다.
유튜브에서 1인 방송을 하는 유튜버 B씨는 자신의 영상을 인터넷상에 게재하면서 고액의 광고비를 해외업체로부터 외화로 받았다. 그러나 B씨는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고 광고로 받은 수입금액 전액을 신고하지 않았다. 외화의 경우 국내에서 소득이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적발된 B씨의 신고 누락금액은 20억원이었고 B씨는 소득세 등 5억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이 10일 신종·호황업종을 영위해 막대한 수익을 얻으면서도 변칙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하는 신종 고소득자영업자 176명에 대해 전국적으로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이 꼽은 신종 고소득자영업자는 축구·야구·골프 등 프로운동선수, 의사 등 전문 직종, 부동산임대사업자와 금융·부동산 컨설팅업체 사업자 등이다. 연예인과 고소득 1인 방송사업자, 웹하드업체 등도 포함됐다.
기업 대표나 고액 연봉자 등 기존의 탈세 혐의자와 ‘전형'이 다르다 보니 기존 기준으로는 세금 탈루 현황을 포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과세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국세청은 한국은행·관세청·건강보험공단 등에서 과세·금융정보를 수집해 탈루 혐의가 짙은 사업자들을 추려냈다.
조사 대상에는 유명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대표, 프로운동선수 등 문화·스포츠 분야 인사 20명이 포함됐다. 1인 미디어 콘텐츠를 유통하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사업자, 웹하드 업체 대표, 웹 작가, 유명 유튜버 등 IT·미디어 분야 사업자 15명도 세무조사를 받는다. 반려동물이 늘면서 고소득 업종으로 부상한 동물병원과 부동산 투기 열풍의 덕을 본 부동산 컨설턴트 등 사업자 47명도 조사 대상이다.
이들은 신종 영업자다 보니 탈루 방식도 기존과 달랐다.
앞서 소개한 사례 외에도 해외에서 활동하는 유명 운동선수 C씨는 소득을 지급 받는 본인 명의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 국내 거주기간과 생계·재산 현황에 비춰 거주자에 해당하지만 비거주자로 간주해 해외에서 받은 계약금과 연봉을 과세당국에 누락해 신고했다. 해외발생 소득 중 일부는 부모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증여했고 증여세는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 선수에게 10억원을 추징하고 과태료도 4억원 부과했다.
또 다른 프로운동선수는 연봉계약과 훈련코치 등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를 가족 명의로 설립한 뒤 매니저비용과 지급수수료 등을 가공 계상해 소득을 탈루하기도 했다.
임플란트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유명 치과의사 D씨는 페이닥터(월급의사) 명의로 치과병원 여러 개를 운영했고 병원별 수입금액 자료를 별도 사무실에서 관리해 소득을 분산시켰다. 임플란트 시술이 비급여 항목으로 노출되지 않는 점도 이용했다.
할인을 미끼로 현금결제를 유도했고 해당 결제액은 전산에 입력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고를 누락했다. 탈루한 소득은 가족 명의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증여했고 증여세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D씨에게 소득세 등 20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통고처분했다.
웹하드업체는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홈페이지 관리비와 마케팅 비용 등 명목으로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 관련기업 직원 등에게는 허위로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소득을 탈루했다.
동물병원은 현금 수입금액을 직원 명의 차명계좌로 관리해 신고를 누락하고 애완동물 용품점을 가족 명의로 위장 등록해 소득을 분산했다. 부동산 컨설팅의 경우 주택을 신축해 판매하면서 매수자에게 토지만 이전등기하고 건물은 매수자가 신축해 등기한 것처럼 속였다.
연예기획사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한 굿즈(연예인 관련 상품) 매출 대가를 직원명의 차명계좌로 받고 공연 현장 판매 굿즈 현금매출액을 신고에서 누락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국세청은 가족을 포함한 관련 인물까지 조사 대상에 넣어 이들의 재산 형성 과정과 편법 증여 혐의에 대한 자금 출처 등을 살필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이중장부 작성 등 고의로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확인되면 조세범칙 조사로 전환해 검찰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한편 국세청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2년간 1789명을 조사해 1조3678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 중 91명은 고의적 탈세 등으로 범칙 처분을 받았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