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전 수석연구관, “형사소송법 위헌 소지 있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입력 2019-04-10 15:44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며 대법원 문건을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53·사법연수원19기) 전 연구관이 10일 검찰의 출석 요구권과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규정한 형사소송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유 전 연구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대한 심문이 이뤄졌다. 피고인 출석의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절차여서 유 전 연구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유 전 연구관은 지난 1일 형사소송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법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는지 헌법재판소가 심판할 수 있도록 재판부가 직접 제청해달라는 것이다.

유 전 연구관이 문제 삼은 형사소송법 조항은 200조와 312조다. 200조는 ‘검사와 경찰이 필요한 때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전 연구관 측 변호인은 “피의자의 출석 요구를 아무런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출석요구권이 너무 포괄적으로 규정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돼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312조는 검찰 신문 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내용이다. 312조2항은 법정에서 피고인이 검찰 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진술된 대로 조서에 기재된 것이 그 밖의 방법으로 증명될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은 “수십년 간 당연하다는 듯이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인정해왔지만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도 검사 조서로 재판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해당 조항에 대해 이미 5대4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유 전 연구관 측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같이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문제도 들고 나왔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재판 시작 전부터 재판부로 하여금 피고인이 유죄라는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공소장에 범죄사실만 기재해야한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이다. 공소장에 기타 증거서류나 의견을 첨부해서는 안 된다. 유 전 연구관 변호인은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관련 없는 사실이 기재돼 있는 등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유 전 연구관 측 주장에 검찰은 난색을 표했다. 검찰은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이유도 매우 이례적이고, 공판 진행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공판준비 및 공판준비기일이 형사소송제도 개선이나 형사법 세미나도 아니고 본격적으로 피고인의 죄책을 논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공판준비기일을 한차례 더 열 계획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