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항의에…숙대 총학, 김순례 망언 규탄 성명 철회

입력 2019-04-10 13:54
숙명여자대학교. (출처= 숙명여대 홈페이지)

숙명여대 총학생회가 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지난 8일 철회했다.

총학생회는 이날 참석자 14인 중 유지 2인, 철회 8인, 기권 4인으로 철회가 결정됐다며 회의록과 속기록을 공개했다. 총학생회 측은 “논의 과정에 있었던 의견 수렴의 미흡함에 대한 책임을 절감한다”며 “성명서 발표 및 번복 과정에서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달 14일 숙명여대 총학생회 ‘오늘’은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5·18과 세월호 사건을 두고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 등의 망언을 한 것에 대해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를 통해 총학생회는 김순례 의원에게 수여된 2016년 올해의 숙명인상을 철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 성명서는 2월 중순 1차 가결 후 발표됐다가 여러 차례 논의 및 수정을 거쳐 재발표된 것이었는데 이것이 재차 철회된 것이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1일 총학생회 공식 이메일 계정으로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멈춰달라”는 이메일이 전송됐다. 해당 메일에는 615명의 숙명인들이 성명서에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주요 반대 이유로는 “숙명여대의 이름으로 총학생회가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거나 “동문 규탄으로 인한 숙대의 대외적 명예 실추” “향후 숙대 내의 여성 네트워크 형성 저해” 등이 거론됐다.

문제가 되자 학생 대표들은 지난 4일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했다. 그 결과 성명서 철회가 결정됐다. 해당 회의에서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의 역할은 학내 의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학생자치기구로서 사회의 부정의에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각 단과대 대표들은 “의도와 달리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권하거나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개인 페이스북에 개인적 소회임을 밝히며 이같은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우리가 여성, 학생, 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으로서 살고 말하고 행동하는 그 모든 것들은 탈정치적인가”라며 “우리의 모든 행위는 충분히 정치적이다. 견고한 정상의 논리에 균열을 내는 행위가 정치라면 나는 지금보다 더 정치적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운위 회의에서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여성이 여성을 비판하는 것이 여성혐오가 아니라 그의 망언을 통해 다른 여성들이 아파하는 것, 여성을 단일한 범주에 억지로 욱여넣는 것이 여성혐오”라고 견해를 밝혔다.

성명서 철회 결정에 대해서도 “많은 분께 깊은 상처를 안겨드리게 되어 죄송할 따름”이라며 “내가 어떤 사죄를 드려도 그 상처를 위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아울러 “내 경험과 역량의 부족 탓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많이 말을 걸고 더 가까이 다가가야겠다”고 덧붙였다.

신유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