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치질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질환을 감추려 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한국 국민의 70%가 이 질환을 갖고 있고, 치료하기도 크게 어렵지 않다.
부산에도 치질을 특화한 병원이 여럿 있다. 그 중 수영구 광안동에 위치한 상쾌한병원(병원장 최정석)은 현대식 신축건물에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최고 수준의 의료진이 환자들을 맞는 지역 대표격 의료기관이다.
그 중심에는 최 병원장이 있다. 2002년 부산에서 대장항문 중점병원을 표방하고 문을 연 그는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1997년에는 미국 클리브랜드클리닉의 연구강사를 지낸 그는 수많은 논문발표와 방송출연으로 명실공히 권위자로 공인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4일 만난 최 병원장은 “여성의 경우 부끄러워서, 남성의 경우 수술이 두려워서 치료시기를 놓쳐 늦은 치료로 더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장항문 질환은 치료와 동시에 평소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함으로써 충분히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치질은 어떤 증상인가.
“흔히 치질은 항문질환을 총칭하는 것으로 치핵, 치열, 치루, 항문농양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흔한 치핵을 일반적으로 치질이라 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수술 중 하나가 치핵수술이다. 직립생활을 하는 인간만이 느끼는 고통이라 할 수 있다. 항문에는 많은 혈관들이 모여 있는데, 이를 정맥총이라고 한다. 이 정맥총들은 항문샘들이 모여 있는 치상선을 중심으로 내치핵이 발생하는 내치정맥총과 외치핵이 발생하는 외치정맥총으로 나뉜다. 이런 정맥총이 늘어나면서 점막과 함께 빠져나오는 상태를 치핵이라 한다. 치핵이 생기면 배변 시 항문에서 피가 나 빈혈이 생기거나 항문 밖으로 치핵 덩어리가 튀어나오는 탈항이 되면서 통증이 생기고 때로는 항문에 가려움증이 유발하기도 한다.“
-치핵의 원인은 무엇인가.
“직립생활을 하면 자연히 항문 혈관에 늘 많은 압력을 주게 돼 항문혈관들이 늘어나면서 치질이 발생한다. 주요원인은 변비와 설사 등 잘못된 배변습관이다.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오랜 시간 변기에 앉아 있다 보면 치질이 발생한다. 그리고 잘못된 식생활이다. 채소와 과일 등 섬유질보다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를 많이 하면 변의 양이 감소되면서 변비가 발생하고 치질로 연결된다. 과도한 음주나 매운 음식도 치질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일하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많이 생긴다. 또 임신 시 호르몬의 변화로 변비가 많이 생기고 태아가 자라면서 혈액양이 늘어나게 돼 치질이 잘 생긴다. 나이가 들면서 항문 인대가 약화되고 항문의 탄력성이 줄어들면서 생기기도 하고 유전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항문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은.
“좌욕이 최고의 예방법이다. 날마다 좌욕을 하면 항문의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청결하게 된다. 변을 본 후 항문을 물로 씻거나 물티슈로 닦아도 좋다. 평소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섬유질을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도 도움이 된다. 설사 변은 항문소양증, 항문농양, 치루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설사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 변이 마려우면 참지 말고 바로 화장실로 가고 변기에 오래 앉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찬 곳에 앉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장시간 같은 자세도 피해야 한다. 술과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조기에 치료할 수 있도록 전문의에게 상담을 통해 진단을 받는 게 좋다. 항문병은 부끄러운 병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난치병으로 고생할 수 있다. 전문의와 상담하면 완치할 수 있다.”
-평소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하는가.
“2002년 ‘상쾌한외과’를 개원해 운영하다가 2011년 지금의 병원으로 증원해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으로 체계화시켰다. 개원 후 처음에는 혼자 바쁘게 진료하다 보니 가끔 동사무소나 장애인 복지센터 등을 찾아 도움을 주곤 했다. 최근 병원이 안정되면서 조금 더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YMIS 청소년다문화국제봉사단 명예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문화 학생과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을 후원하고 있다. 몽골에 의료봉사단을 꾸려 다녀오기도 했다. 봉사는 할수록 매력에 빠져드는 것 같다.”
-부산대 동문장학회관 건립 후원금을 쾌척했다고 들었는데.
“전국 국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동문회관이 없는 걸 알고 동문 입장에서 늘 아쉬웠다. 최근 동문들이 힘을 모아 회관 건립을 주도하고 있다. 아내도 동문이라 같이 힘을 보태고 있다. 회관이 건립되면 임대 수익금으로 재학생들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후원할 계획이다. 많은 동문들이 동참하길 바란다.”
-어떤 의료인으로 남고 싶나.
“개인적으로 아주 소박하게 사는 편이다. 지금의 봉사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의료인으로서 열심히 노력하겠다. 보다 많은 이웃들에게 나눔이 전파될 수 있도록 활동범위를 넓히고 싶다. 대장항문 중점병원 역할을 뛰어넘어 보다 체계화됨으로써 더 많은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 부산은 물론 세계 최고의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훌륭한 의사가 돼야 할 것 같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