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덕열 부산청년정책연구원 이사장] 청년의 그늘… “결혼도 출산도 계획 없다”

입력 2019-04-09 20:59 수정 2019-04-09 21:14
김덕열 부산청년정책연구원 이사장

내년이면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다. 작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었고, 또 내년 총선을 치르고 2년 뒤에는 대선이다. 그리고 나면 또 지방선거….
한국만큼 선거가 많은 나라도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우리만큼 선거 때마다 청년들을 이용하는 나라도 드물다. 젊은 청년들이 보수 또는 진보진영에서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표심이기 때문인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청년들은 다시금 벼랑 끝에서 스스로 살아남기를 절박하게 외쳐야 한다.

최근 부산청년정책연구원이 부산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39세 이하 800면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은 결혼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설령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이 필요 없다고 답한 청년 비중도 37.7%에 달했다.
출산을 꺼리는 이유를 묻자 ‘경제적 부담’이 69.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가치관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여성의 경력단절’이 12.4%, ‘자녀에 대한 책임감’이 7.2%, ‘부부만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출산을 꺼리는 비율도 6.7%로 청년들의 가치관이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당장 취업하기도 힘들고, 늦깎이로 직장에 입사하더라도 치솟는 집값은 월급만으로는 내집을 마련하는 게 너무나 벅찬 현실이다. 결혼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청년들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계획을 세우지 않는 젊은 세대들도 늘고 있다. 육아비용을 시작으로 학자금, 결혼자금 등 출산에 따른 미래의 비용이 겁나서 자녀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그늘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희망을 잃고 취업을 포기하거나 결혼이나 출산을 꺼리는 청년이 많아지면 결국 국가경쟁력도 저하되기 마련이다. 청년들이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도시가 활력을 잃게 되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더 이상 청년들을 그늘에 방치해선 안된다. 현장과의 소통을 늘이고 진정 청년들에게 필요한 지원정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연령별, 지역별, 성별로 청년들이 처한 상황과 고민은 다르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정책의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며 시장 직속기구로 ‘청년청’을 신설했다. 청년세대에게 서울시의 권한과 역할을 과감하게 이양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청년정책과 관련된 예산도 직접 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결정과 실행은 청년이 하고, 책임은 시장이 지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개방형 직위인 청년청장(4급)은 청년단체 출신이 맡았다.

아직 결실은 맺지도 않았고, 성패를 가늠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이 얼마나 참신하고 기발한 시도인가. 청년들의 고민을 듣겠다는 박 시장의 노력에 많은 청년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최근 제2도시 부산이 어느덧 경쟁도시였던 인천에 추월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부산청년들이 속히 그늘에서 벗어나 활력이 넘치는 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참신한 청년정책을 기대해본다.

김덕열 부산청년정책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