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 발달장애인, 이제는 고용할 때
글=염규문(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장)
대강당에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첼로와 바이올린, 클라리넷 연주자들이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내고, 연주를 들은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한다.
한 관객은 “비록 연주자들이 장애는 있지만 우리 사회를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감탄한다. 바로 ‘다소니 챔버 오케스트라단’ 소속의 발달장애인(지적·자폐장애인을 통칭하는 말) 연주자들의 이야기이다.
한 커피전문점 내에 있는 작업장. 10여 명이 작업대에 앉아 커피 원두에 섞여 있는 결점두를 선별하고 있다. 좋은 원두는 커피 맛의 기본. 결점두를 골라내는 작업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므로 꽤나 지루해 아무나 견뎌내지 못한다.
그래서 대개 기계로 대신하지만 아무래도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서 이 커피전문점에서는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초능력 콩 감별사(사업체 자체 호칭)’들을 고용하고 있다. 바로 장애인표준사업장 ‘커피지아’의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비장애인과 달리, 반복되는 단순작업에 특화된 전문가이다. 발달장애인의 선천적 기질인 고도의 집중력, 섬세함과 꼼꼼함 등의 특성은 단순반복 직무에 투입되었을 때 강점으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은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특별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까지 이러한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말 기준 15세 이상 비장애인의 고용률은 61.3%였으나, 발달장애인은 24.9%로 그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장애인 평균 고용률 34.5%와 비교해도 턱 없이 낮은 실정이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이해 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이제 발달장애인의 고용에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 장애인 고용의무사업체가 나설 때이다. 그간 다른 장애유형의 고용은 전보다 개선되는 조짐이 있었으나, 발달장애인은 그러지 못했다.
소외되었던 발달장애인에게 배려가 아닌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선진사회가 되려면 소득수준뿐 아니라 시민의식도 선진화되어야 한다. 오해와 편견으로 차별받고 소외받는 사람이 없는 포용적 사회가 돼야 한다.
마침 4월은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기간이고, 특히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일정 분야에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발달장애인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회의 주역으로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 장애인 고용의무 주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발달장애인을 더 많이 고용해야 한다. 이유는 발달장애인 고용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효율적인 방법이고, 발달장애인은 주어진 일을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스페셜리스트’이기 때문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