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중천·김학의 연결고리 의혹 ‘박모 전 차장검사’, 윤중천 간통 고소장 작성

입력 2019-04-09 18:15
건설업자 윤중천씨

검찰 간부를 지낸 박모(63·연수원 17기) 변호사가 2012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부인이 윤씨 내연녀 권모씨를 간통으로 고소할 때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박 변호사는 윤씨가 2011년 ‘한방천하’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때도 진정서를 작성했다. 간통·한방천하 사건은 윤씨 측의 의도대로 각각 기소 처분, 무혐의 처분됐다. 박 변호사와 윤씨가 밀접한 관계라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유착 관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변호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윤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지목돼 논란이 된 인물이다.

9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박 변호사는 2012년 말 윤씨 부인 김모씨가 윤씨와 권씨를 간통으로 고소할 때 고소장을 작성하고 이후 수사 기관에서 대리인 역할을 했다. 권씨는 이에 대응해 윤씨를 강간 혐의 등으로 맞고소했다. 검찰은 강간 혐의를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했고 간통 혐의를 받았던 윤씨, 권씨를 2013년 2월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법은 2014년 1월 이들에 대해 공소 기각 처분했다. 고소인 김씨가 2013년 12월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은 이 사건 기록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무고 정황을 발견했다. 윤씨 부부가 서로 짜고 권씨를 간통으로 고소했다는 판단이다. 김씨는 윤씨의 간통 사실을 오랜 기간 묵인하고 있었다고 한다. 관련법상 배우자의 간통을 사전동의·사후승인한 경우에는 처벌을 요구하는 게 불가능하다. 조사단은 권씨가 윤씨에게 채무 20억원 가량을 돌려달라고 하자 권씨를 압박하기 위해 윤씨 부부가 ‘셀프 고소’를 했다고 본다.

조사단은 당시 윤씨와 친분이 상당했던 박 변호사가 무고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조사단 관계자는 “남편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를 통해 간통 고소장을 작성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무고 정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소장을 작성해준 경우 박 변호사는 공범으로 묶일 가능성이 있다. 무고 공소시효는 10년이어서 수사도 가능하다.

검찰이 무고 정황에도 불구하고 윤씨와 권씨를 간통 혐의로 끝내 기소한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박 변호사가 기소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서울 용두동 ‘한방천하’ 상가 개발비 횡령 수사가 진행되던 2011년 7월 윤씨가 검찰에 제출할 진정서를 써주기도 했다. 진정서 접수 뒤 사건 담당 수사관이 교체되는 등 외압 의혹도 당시 불거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김 전 차관 뿐 아니라 박 변호사와 윤씨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단은 윤씨 부부와 권씨의 쌍방 무고 정황 및 박 변호사가 이에 연루돼 있다는 부분까지 포함해 지난달 25일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수사 권고를 요청했다. 다만 과거사위는 검찰에 이를 수사 권고 하지 않고 있다. 과거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이 박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 출신이어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서기호 변호사는 “(박 변호사가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어서) 이 실장이 조사를 방해하고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단은 윤씨 관련 모든 의혹을 이번 기회에 해소해야 한다”며 “박 변호사 행위가 논란이 된 만큼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을 윤씨에게 소개한 인물로 지목돼 최근 논란이 됐다. 지난달 26일 조사단이 공개한 제보 편지에는 박 변호사가 검사 시절 김 전 차관을 윤씨에게 소개해 강원도 원주 별장에 드나들게 했다는 의혹 제기가 담겨있었다. 그는 김 전 차관이 춘천지검장으로 근무할 때인 2008년 춘천지검 차장검사를 지냈다. 국민일보는 박 변호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김 전 차관은 지난 8일 2013년 경찰에 특수강간 피해를 주장한 여성 최모씨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무고 혐의로 고소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미 같은 특수강간 혐의로 두 차례 무혐의를 받은 터라 김 전 차관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형사1부(부장검사 김남우)에 배당했다. 추후 검찰 수사단에 사건을 이첩할 가능성도 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