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할리, 의심받는 동안 힘들어해…경찰이 지인 회유했다”

입력 2019-04-09 17:39
지난 8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씨가 9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압송되는 모습. 뉴시스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60)의 ‘무죄’를 주장한 마크 피터슨 미국 브리검영대 명예교수가 “경찰이 증거도 없이 진술을 강요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피터슨 교수는 로버트 할리와 같은 몰몬교 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슨 교수는 “경찰이 6개월 전 다른 연예인을 마약 혐의로 체포했다”며 “그 연예인 이름은 모르지만 경찰이 그 사람에게 ‘마약을 한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대면 형량을 가볍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회유했다”고 9일 연합뉴스에 밝혔다.

이어 “경찰은 로버트가 마약을 했다는 아무 증거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게 지난해 10~11월”이라며 “로버트는 당시 의심을 받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내게 털어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곳(마약 투약 현장)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는데도 경찰들이 유죄라고 확신하며 진술을 강요했다더라”고 전했다.

피터슨 교수는 최근 한국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이 불거지면서 로버트 할리도 다시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이라고 추측했다. 수사관들은 증거가 없다고 보고했는데도 고위 경찰이 지시해 로버트 할리가 다시 체포됐다는 것이다.

또 경찰이 밝힌 로버트 할리의 마약 투약 정황에도 의문점이 많다며 “보통 마약을 살 때 사람으로부터 구매하지 인터넷으로 주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할리를 지난 5일 한국에서 만났다고도 했다. 다음 날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피터슨 교수는 “당시 로버트는 평소와 똑같았다”면서 “그가 평소 어떤 사람인지 경찰에 내가 다 얘기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터슨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제 친구 하일씨는 무죄다. 그의 아는 사람이 죄인인데 벌을 더 작게 받으려고 하일씨를 가리켰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 “SNS 모니터링 과정에서 로버트 할리가 먀약을 산 정황을 포착했다. 마약 반응 간이 검사에서도 ‘양성’ 판정이 나왔다”며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반박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8일 오후 4시10분쯤 서울 강서구의 한 주차장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로버트 할리를 체포했다. 그는 이달 초 인터넷으로 필로폰을 구매해 서울 자택에서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로버트 할리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남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되기 전 “마약 투약 혐의 인정하시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도 “죄송하다.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