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극단원들에 대해 상습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67)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한규현 부장판사)는 9일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감독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앞서 1심은 이 전 감독의 강제추행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 전 감독이 2014년 밀양 연극촌에서 극단원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킨 혐의로 추가기소된 별개 사건의 경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항소심은 두 사건을 병합해 진행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가 선고됐던 유사성행위 사건도 유죄로 보고 1심 형량에 1년을 추가했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의 신체접촉 수준이 건전한 성적 도덕관념을 가진 일반인으로서는 용인할 수 있는 한도를 일탈했다”며 “피해자에게 신체접촉을 미리 알리고 허락받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해 신체접촉을 승낙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전 감독은 자신이 보호감독할 위치에 있음에도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장기간, 반복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뿐만 아니라 그들의 꿈과 희망도 짓밟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 운영자로, 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여성 배우들을 수십 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조사 결과 이 전 감독은 피해자들에게 안마를 강요하거나 자신의 주요 부위를 만지게 했고, 연기지도를 빌미로 여성 배우들의 신체를 상습적으로 만졌다. 유사강간 피해를 입어 우울증을 앓게 된 배우도 있었다. 항소심은 이 전 감독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의 우울증이 발현·악화했다며, 1심과 같이 상해 혐의를 인정했다.
앞서 1심은 “(이 전 감독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한 것과 동시에 소중한 꿈을 이루려고 지시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상황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으로 기소된 유명 인사 중 첫 실형 사례였다. 그러나 이 전 감독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고, 2심 재판과정에서도 줄곧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독특한 연기 지도 방식’이었다”고 해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