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정부가 북부 관광도시 치앙마이에 ‘그린 자이언트(Green Giant·녹색 거인)’라는 이름의 대형 공기정화기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태국전역을 휘감은 극심한 미세먼지가 관광도시까지 덮쳐 관광객이 급감하자 고육책을 내린 것이다.
치앙마이 주 정부는 8일 타패 거리에서 그린 자이언트 시제품을 시험 가동했다고 일간 더 네이션이 9일 보도했다. 시험가동 당시 현장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59㎍/㎥였지만 가동 이후 수치가 36㎍/㎥로 내려갔다. 이 장치는 치앙마이 지역 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2개월여의 연구 끝에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 자이언트 개발팀을 이끈 끄라이피칫 무앙원은 “가장 좋은 공기정화 방법을 결정하기 전에 이 지역의 먼지 입자 성분을 연구했다”면서 “이 장치는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인 다음 더 깨끗한 공기로 바꿔 내보낸다”고 말했다. 그린 자이언트는 반경 3~4㎞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데 특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50만 바트(약 18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태국 북부 지역은 대기오염으로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국 설 연휴 송끄란 기간인 12~16일 치앙마이, 치앙라이, 매홍손 등 북부 3개 주를 찾는 관광객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호텔 예약률도 75%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매홍손 주 일부 호텔의 경우, 예약률이 30%에 미치지도 못하면서 이 기간 문을 닫는 것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린 자이언트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는 것이다. 태국 북부 지역 대기오염의 주원인은 화전이다. 이 지역 농민과 화전민들이 농사철을 앞두고 농경지와 산지를 불태울 때마다 대기오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태국 대기오염은 치앙마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태국 수도 방콕도 지난달 세계에서 8번째로 대기질이 나쁜 도시로 나타났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지난 2일 직접 치앙마이를 찾아 대기오염 문제를 일주일 내에 해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