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로 미계약 속출… 서울에서도 나온 ‘무순위 청약’

입력 2019-04-09 11:16 수정 2019-04-09 15:46
지난 5일 개관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견본주택을 찾은 사람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10~11일 무순위 청약, 12일 신혼부부 특별공급 넣으시고 15일 1순위 청약까지 총 세 번 넣을 수 있어요.”
지난 5일 개관일에 맞춰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견본주택을 찾은 결혼 3년 차 신혼부부 박선우(39)씨에게 청약을 상담하는 담당자가 솔깃한 이야기를 했다. 총 세 번의 청약 접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박씨의 마음을 끈 건 사전 무순위 청약이었다. 무순위 청약이란 청약접수 전 미계약에 대비해 사전예약을 받는 제도다. 아파트투유를 통해 접수한다. 청약 통장이 없어도 되고 유주택자는 처분각서만 쓰면 신청할 수 있다.

최근 서울 분양 아파트에서 사전 무순위 청약을 받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달라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며 “고강도 대출규제와 청약제도 개편으로 청약을 신중하게 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최근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나오고 있다”고 9일 설명했다.

실제 청약 경쟁이 심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9·13 대책과 청약제도 개편 이후 미계약분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SK건설이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공급하는 ‘DMC SK뷰’는 지난해 12월 1순위 청약에서 최고 238.19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지만 미계약분 3가구가 나왔다.
지난 1월엔 서울에서 올해 첫 미분양 아파트가 나왔다. 광진구 광나루로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다. 최근엔 분양 조건을 완화한 후 선착순 계약에 들어갔다.
지난 2월 말부터 청약을 진행한 노원구 공릉동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에선 미계약분이 무려 62가구나 발생했다. 일반분양 327가구(특별공급 제외)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수량이다. 시공사인 효성중공업 측은 이날 중 아파트투유에 공고문을 내고 미계약 가구분에 대한 추가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과거 청약가점을 잘못 계산하면서 요건을 맞추지 못해 미계약 물량이 나왔던 것과는 달리 최근엔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다수 나왔다. 여기에 무주택자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재편되면서 잠재적 매수자들은 청약통장을 사용하는 데 신중해졌다.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계획인 ‘방배그랑자이' 조감도.

분양 실패를 막기 위해 건설사들이 고육책으로 내놓은 것이 무순위 청약이다.
무순위 청약은 지난 2월 1일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신청분부터 적용됐다. 의무사항은 아니고 건설사 재량에 따라 시행할 수 있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투기·청약과열지역이라면 한 가지 제약 조건이 있다. 해당 주택건설지역이나 해당 광역권(서울의 경우 수도권) 거주자여야 한다. 접수비는 무료고 추첨으로 당첨자를 결정한다. 당첨자 이력 기록도 남지 않아 같은 아파트의 1순위 청약에도 넣을 수 있다.

인기도 높았다.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에 공급하는 ‘위례 포레스트 사랑으로 부영’은 지난달 11~12일 받은 사전 무순위 청약 결과 2132건이 접수됐다. 총 공급 가구수(556가구) 대비 4배 가까운 수치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와 함께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도 오는 10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이달 중 견본주택을 오픈할 예정인 ‘방배그랑자이’도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 팀장은 “청약제도 개편으로 분양 단지별 부적격 청약 당첨자가 10% 내외에 달해 무순위 청약접수 제도 도입이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건설사도 미계약 물량을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는 만큼 도입을 늘리는 사업장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