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5㎝ 불어날 때마다 사망 위험이 10% 넘게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허리둘레가 정상보다 15㎝ 늘어나면 사망률은 50% 가까이 높아졌다.
또 흔히 비만과 건강의 지표로 쓰이는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가 같더라도 개인 허리둘레에 따라 건강 위험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몸무게가 정상이라고 과신하지 말고 배가 나왔다고 생각되면 건강 이상 여부를 꼭 살펴야 함을 시사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원영 교수,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유순집 교수팀은 2009~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수검자데이터를 통해 20세 이상 2326만여명을 조사한 결과, 허리둘레가 클수록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허리둘레를 5㎝ 간격으로 나눠 남성은 85~90㎝, 여성은 80~85㎝를 기준으로 비교했다.
그 결과 허리둘레가 기준보다 5㎝ 늘었을 때 사망 위험은 10.2%, 기준보다 10㎝ 증가시 24.2%, 기준보다 15㎝ 증가했을 때는 무려 48.1%나 높았다. 40대 이상의 경우 그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건강하다고 생각되는 정상체중(BMI 18 이상~23 미만)이나 과체중(BMI 23 이상~25 미만)인 경우에도 허리둘레가 복부비만 기준(남성 90㎝, 여성 85㎝ 이상)을 넘을수록 사망률도 높아졌다.
고려대 김양현 교수는 “정상 BMI라도 배가 나온 사람이 많은데, 허리둘레가 증가한다는 것은 복부지방과 그중에서도 내장 지방의 증가로 볼 수 있다”면서 “몸무게가 정상이라도 건강하다고 과신하지 말고, 배가 나왔다고 생각되면 허리둘레를 측정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적정 허리둘레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허리둘레는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 중 하나인 만큼 평소 관심을 가져야하는 부분이다. 김 교수는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등 변화가 생긴다면 특별히 이상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건강의 이상신호일 수 있으니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와 전문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올해 초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