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조 회장에 대한 형사재판과 수사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재판도 연기됐다.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재판 일정을 진행하던 서울남부지법은 “조 회장의 사망 소식을 접함에 따라 재판장이 공소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8일 밝혔다. 형사소송법에선 피고인이 사망할 경우 심리를 종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에 사망확인서를 제출하면 재판부는 ‘공소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0월 270억 원대의 횡령‧배임 등 8개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한항공 면세품 납품 과정에서 자녀들이 운영하는 중개업체를 끼워 넣어 중개수수료를 받았으며 무면허로 대형 약국을 운영해 요양급여를 챙긴 혐의 등이다.
검찰 수사도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된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1월 국세청이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등을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강요죄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조 회장과 조원태 사장을 고발한 건에 대해서도 수사가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 사장과 조 전 부사장 등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수사는 계속된다. 또 이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의 모녀 재판도 조 회장의 별세 소식에 일정이 연기됐다. 이들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고용한 혐의와 명품을 밀수한 혐의 등으로 각각 서울중앙지법과 인천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이사장 모녀는 8일 서울중앙지법에 공판기일을 변경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두 번째 연기다. 이들의 1심 첫 공판기일은 9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변호인이 재판부에 기일 연기 신청서를 제출해 다음 달 2일로 연기됐었다. 아울러 인천지법도 오는 16일 예정된 첫 공판기일을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진그룹은 고국이 아닌 미국에서 폐 질환으로 별세한 조 회장의 국내 운구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의 사망진단서와 본국 이전 신청서, 방부처리 확인서 발급, 재외공관 신고 등의 관련 행정절차 등이 필요하며 이를 마무리하는 데는 최소 사흘에서 일주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빠르면 이번 주말쯤 국내로 운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국내에서 장례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며 빈소는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 한진그룹 계열 인하대병원 장례식장, 서울 시내 대학병원 장례식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02년 타계한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은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빌딩 18층에 빈소가 마련돼 5일 장으로 치러졌다. 영결식은 공항 본사에서 진행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