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가 20여년 전에 없앤 시장 관사를 다시 조성하겠다고 수억대의 예산을 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고양시의회 제230회 임시회에 이재준 고양시장 관사의 전세금과 관리비 등을 요청했다.
시장 관사(1급 관사) 임차보증금 4억6000만원과 인테리어 비용 2200만원, 물품구입비 2300만원 등 5억500만원의 소요예산을 올렸다.
또 관사운영에 필요한 일반 경비 2135만원, 집기 및 소모품 500만원, 이사비용 200만원,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등기비용 250만원, 관리 및 공공요금 585만원 등 3670만원 등 총 5억4170만원을 상정했다.
이 예산은 해당 상임위를 통과해 지난 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쳤고, 오는 10일 의결되면 11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시대 역행한 처사’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장은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서 출마하기 때문에, 당선 후 자택에서 출·퇴근을 하며 업무를 보고 있어 관사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매각한다.
전국적으로 경기도를 비롯해 충청과 제주도, 광주 등 상당수 광역시·도 조차 있는 시·도지사 관사를 없애고 시민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양시도 1984년 덕양구 주교동 588번지 대지 780여㎡에 지상1층 단독주택으로 신축된 시장 관사가 있었지만, 황교선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2000년 7월 전통예절 등을 교육하는 ‘예절원'으로 활용했고, 이후 2006년 9월 지하 1층~지상 3층 1472㎡ 규모로 건축해 현재 어린이집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시장 관사는 구 시대의 유물로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폐지했다.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고양시에 본인의 집에 없는 것도 아닌데 시민의 혈세를 이렇게 이용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들도 “시민의 세금으로 관사를 얻겠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의문”이라며 “시민들의 세금은 시민들을 위한 예산에 투입하는 것이 맞다. 이재준 시장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고양시 관계자는 “이재준 시장이 장모 등 어르신과 함께 거주하고 있어 급한 결재나 논의가 필요해 직원들이 수시로 집을 드나들어 보안이나 안전에도 문제가 있어 관사 임차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