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국가재난사태까지 선포된 고성 산불의 주범으로 지목된 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한전이 변압기 사용 연한을 연장한 탓에 토성면 원암리 주유소 건너편의 낡은 전신주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전이 적자 해결을 위해 예산을 줄인 것이 전신주의 허술한 유지·보수 및 사용연한 연장의 이유라는 주장까지 더해졌다. 게다가 적자인 한전이 최근 임원 보수를 올렸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난은 증폭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는 한전의 변압기 사용 연한이 12년에서 18년으로 늘어난 것이 산불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8일 현재 해당 영상의 조회 수는 49만회를 넘었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화재 초기에는 개폐기에 연결된 리드선에 원인 모를 이물질이 접촉해서 아크(두 개의 전극 간에 생기는 호 모양의 전광)를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면서 “그러나 개폐기 이상은 없고 현재 국과수에서 해당 전주의 설비를 모두 수거해가서 정밀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폐기나 변압기는 정기·수시 점검을 통해 새것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 경우 교체하지 정해진 교체주기는 따로 없다”면서 “개폐기는 2년에 한 번씩 광학장비를 이용해 정밀 점검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발화의 원인으로 노후 설비를 꼽고 있다. 이 중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것이 인입선이다. 인입선은 배전선로에서 갈라져서 직접 수요 장소의 인입구에 이르는 부분의 전선이다. 화재가 시작된 해당 전신주의 인입선은 13년이나 된 노후한 것이라 교체가 필요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손원배 경주대 환경에너지방제학부 교수는 “한전은 피복이 오래 됐다면 전선에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 달라붙었을 때, 불꽃이 튈 수 있다고 원인 분석을 했다”면서 “스스로 배전시설 관리를 소홀히 해왔음을 보여주는 것”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전신주의 개폐기와 인입선은 13년 전인 2006년 설치된 것으로 지난달 27일 정밀 점검 당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전이 예산 문제로 배전시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근거로 드는 것은 예산이다. 지난해 상반기 한전이 개폐기 등 배전 유지·보수를 위해 집행한 비용은 1조1524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2386억원)나 줄어든 것이다.
올해는 이 비용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한전이 올해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낼 것을 예상하고 ‘2019년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 계획안’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영업적자 2조4000억원, 당기순손실 1조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탈원전 정책 시행 후 한전 적자 폭이 커져 소모품 등의 교체주기를 2배가량 늘렸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와중에 한전 이사회는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한전 이사 보수한도액을 21억7456만4000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21억2079만6000원보다 5376만8000원 오른 것이다. 인상률은 2.54%다. 기재부가 공공기관 임원 기관연봉 통보를 통해 설정한 지난해 보수한도 인상률 2.6%를 꽉 채운 것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