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부터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으로 일어난 새마을운동은 조국근대화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초기에는 농촌 소득배가운동으로 시작됐지만 많은 성과를 거두면서부터 도시·직장·공장에까지 확산돼 의식개혁운동으로 발전했다.
한때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정치와 연관시켜 정치적으로 배척도 당했지만 누가 뭐래도 새마을운동은 1970년대 한국의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받쳐준 정신적인 힘이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직도 지역의 새마을회는 전국적으로 명맥을 이어가면서 나름대로 활동하고 있 있다.
이런 가운데 해운대구새마을회(회장·박대지 ㈜대한ENG 대표이사)는 여느 새마을회보다 활동의 폭을 키우고 있다. 최근만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300여명의 회원들이 모여 ‘다짐선언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생명살림 및 평화나눔과 공경문화 운동에 앞장서며 지역 3대 청결운동을 적극 펼치기로 다짐했다. 또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미국 글렌데일에 응원편지 쓰기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년간 펼친 사업만도 70여 개에 달한다.
해운대구 새마을회의 활동은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몽골 태국 인도네시아의 빈촌에 헌 운동화 보내는 사업을 3년째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6년 대한항공과 협약하고 항공기 승무원이 새마을회가 모은 운동화 750켤레를 전달했다. 올해는 부녀회원이 짠 털모자와 재활용 크레파스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런 해운대구 새마을회의 중심에는 박대지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 임기를 보내고 있는 박 회장은 “아직도 새마을운동에 대해 잘못된 시각을 가진 이들이 있다는 걸 잘 안다”면 “새마을운동이 태동한 것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였지만, 이제는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해 지역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새로운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 소방 관련 설비도급 1위 업체 대한이엔지를 경영하는 기업가이기도 한 그는 “많은 국민들이 새마을운동의 훌륭한 정신을 새롭게 인식해 새로운 차원의 국민운동으로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마을회에서 본격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옛날에는 못 먹고 못살았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는 새마을운동을 추진한 덕분에 잘 살게 됐다. 새마을회는 시골에만 있지, 도시에도 있는 줄 몰랐다. 그런 중 우연한 기회에 한 친구가 좋은 봉사단체가 있다면서 들어와 같이 하자고 해서 들어온 게 해운대구 새마을회였다. 회장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그 친구의 자리까지 2015년 2월 물려받았다. 이왕 맡은 이상 최선을 다해 봉사하면서 잘 해볼 생각이다. 그 외에는 아무 욕심이 없다. 우리 후손에게 잘 사는 나라를 물려줘야 하지 않겠나.”
-새마을운동은 어떻게 시작됐나.
“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 22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창해 태동됐다. 관에서 주도하다 1980년대 들어 주체가 민으로 넘어왔다. 근면, 자조, 협동의 3대 기본덕목을 앞세워 추진되다 최근에는 시대 흐름에 맞게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지구환경, 미세먼지, 자연에너지, 자원 등 영역이 크게 늘어났다.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새마을부녀회, 새마을문고로 나뉘어 각자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해운대구새마을회는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
“1000여 명의 새마을지도자, 9만여 명의 새마을회원들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 가운데 새마을부녀회의 대표사업으로 ‘사랑의 김장김치 담아주기’ ‘사랑의 고부나들이’ ‘결식아동 밑반찬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제3세계 빈민국을 대상으로 지구촌공동체운동의 일환으로 헌운동화를 수집, 세척해 지원하는 ‘운동화는 날개를 달다’를 통해 그동안 3개 국가에 1000여 컬레의 신발을 지원했다. 새마을지도자협의회는 관내 불우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사랑의 집 고쳐주기’와 연탄 지원사업, 쾌적한 보건환경을 위한 방역봉사 등 다방면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새마을문고의 경우 결손가정 아동들에게 ‘찾아가는 어린이 여가문학기행’과 해운대구민의 문화 향유를 위한 ‘국민독서경진대회’ 등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특별한 행사를 개최했다고 들었다.
“올해 3·1운동 및 기미독립선언 100주년을 기념해 ‘이제 우리는’이라는 다짐선언대회를 개최했다. 앞으로 생명살림 운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미세먼지나 플라스틱 안쓰기 등 환경관련 운동도 주도적으로 할 것이다. 외국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맨 먼저 세운 미국에 LA의 글렌데일에 응원편지 운동도 하고 있다. 일본인과 일본기업들이 이를 철거시키려고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기에 우리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현지 중앙도서관에 한국 관련 서적이 없다기에 지난해 12월 1000여권을 수집해 보냈다. 제3세계 빈민국 어린이들에게 운동화도 보내고 있다. 쓸 만한 헌 운동화를 수거해 깨끗이 세척해 현지로 보낸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 승무원 봉사단체와 협약을 맺었다.”
-부산을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부산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나.
“많이 어렵다. 여기저기서 부도난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매물로 나온 공장도 많다. 하지만 위기라고 해서 계속 한탄만 하고 있다가는 도태당하기 십상이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항상 위기 때마다 현명하게 대응함으로써 또다른 도약을 마련했다. 부산시민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모두 함께 이겨낼 것으로 본다.”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은행과 정부에서 적극 나서줘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은행 돈을 빌려 쓰기가 무척 어렵다. 실적이 많은 대기업이야 언제든지 쓰지만, 중소기업은 그와 다르다. 은행이 중소기업들에게 문턱을 낮추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줘야 하는데 그 또한 현실적으로 안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이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이 살아남을 길은 뭐라고 생각하나.
“부산이 살기 위해서는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두 시간여나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부산도 그런 식의 발전모델을 택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자연과 환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레 그런 문제에 매몰되면 안 되지 않겠는가. 광안대교 지을 때도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훼손한다며 반대가 얼마나 심했나. 대교 교각이 몇 백 개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실상은 달랐다. 해운대와 남구 이기대를 잇는 케이블카의 경우 교각이 두세 개만 서는 걸로 안다. 이런 걸 빨리 추진해서 해운대가 살아나고 남구가 살아나고 부산이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새마을운동을 하는 취지가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새마을의 뜻이 말 그대로 새로운 마을이라는 뜻이 아닌가. 이제 먹고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으니까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앞장서고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려고 한다. 내년이면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지 50주년이 된다. 그 동안 국민들이 새마을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별로 좋지 안다는 걸 안다. 어떤 사람은 ‘아직도 새마을이 있나’고 할 정도다. 새마을운동과 새마을 관련 조직이 국가에 기여한 성과가 많음에도 그런 시선을 받고 있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묵묵히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살려 활동하려고 한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