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이 임박하면서 2020년 미국 대선 유력주자 간의 공방도 치열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와의 유대관계를 과시했지만, 민주당 신진세력은 네타냐후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정치권은 이스라엘 총선에 매번 개입해왔지만, 이번에는 국내 정치 상황까지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한 장외공방을 펼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잠룡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7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연설 현장에서 이스라엘 총리 5선을 노리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양국 관계가 성공적으로 되려면 미국 내에서 당파를 초월해야 하고 인종차별주의자인 총리도 초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오로크 전 의원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내 아랍인들이 투표를 못 하게 위협하고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경고한 것을 비판했다. 그는 또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인들의 진정한 의지, 미국과의 관계에서 최상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로크 전 의원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대인·공화당 연합회 행사에서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인지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물론 경쟁자인 베니 간츠 ‘블루 앤 화이트(Blue and White)’ 대표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간절히 바랐던 대로 이스라엘 골란고원 주권을 인정하는 등 네타냐후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잠룡이 각각 네타냐후 총리 지지와 비토로 갈린 모양새다.
오로크 전 의원 등 민주당 신진세력은 이스라엘을 대하는 태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 구세력과도 차이를 보여 왔다. 무슬림계 초선 의원인 일한 오마르 민주당 의원도 유대계 로비스트와 미국 정계의 유착을 비판했다. 유대계 자본과 표심에 큰 영향을 받는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대선을 1년 7개월여 앞두고 열린 이스라엘 총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유대 사회에 적극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오마르 의원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을 ‘반유대주의’로 몰아세우고 있다.
미국은 과거에도 이스라엘 총선에 적극 개입해왔다. 지미 카터부터 빌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이스라엘 총선을 계기로 아랍권의 평화협정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스라엘 문제가 민주당 신진세력과 공화당 간에 당파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골란고원을 인정하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등 국제사회의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네타냐후 총리를 지원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아키바 엘다 일간 하레츠 전 편집장도 알자지라에 기고한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와 반대로 역대 대통령들이 공들인 평화협정을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