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놓고 격돌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임명 단행을 놓고도 대치 국면을 이어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8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가졌다. 4월 임시국회 첫 회동이었지만 원내대표들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포문은 여당의 홍 원내대표가 열었다. 그는 한국당을 겨냥해 “국회가 올해 들어 이러저러한 일들이 많아서 민생입법과 경제 활성화에 관한 입법이 전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쟁은 정쟁대로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하는 국회가 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불 피해 지역의 복구 작업과 이재민 대책이 중요하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차질 없이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예비비로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안 되면 추경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저감과 일자리 대책을 위한 이번 추경에 강원도 산불 피해복구비용도 포함해 규모를 확대할 뜻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추경이 내년 총선을 대비한 ‘선심성’ 예산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산불 피해 지원과 미세먼지 저감 대책 등 ‘재해 추경’은 일자리 예산과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재해와 관련한 추경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미세먼지, 포항지진, 산불 재해도 포함돼야 한다”면서도 “이번 추경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내년 총선을 위한 세금 일자리 만들기, 각종 총선용 예산에 초점을 맞춘 선심성 추경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해 추경과 비대해 추경을 별도로 제출한다면 재해 추경은 여야 합의가 매우 원활할 수 있고, 국회 역사상 유례없이 빨리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여야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을 단행한 것을 두고도 맞붙었다.
나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결국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포기했다. 민심을 듣지 않으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인적 참사를 놓고 청와대에 책임을 전혀 묻지 않고 있다. 조국 수석의 책임도 묻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임명 강행으로 인한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국회 파행으로만 대응할 것은 아니다”라며 국회 운영에는 협조할 뜻을 비치기도 했다.
국회에서의 오전 회동 이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이어진 비공개 오찬에서는 인사청문회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고위공직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도덕성 검증과 정책 역량 검증을 분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홍 원내대표는 오찬 후 “현재 제도 아래서는 국가를 위해 일할 역량이 있는 인재들을 쓸 수가 없으니 인사청문회 제도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함으로써 후보자들의 부담을 낮춰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인사청문회의 제도에 문제점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돼도 결국 (청와대가) 강행해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한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은 각 교섭단체의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추후 협상을 통해 조율할 방침이다.
한편 5당 원내대표는 평화당 장 원내대표의 제안에 따라 강원도 산불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의원 1인당 20만원씩 모아 전달하기로 했다. 세비 갹출의 건은 다음 본회의 의결을 거쳐 피해 지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