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 ‘화수분’ 두산 타선의 새 복덩이

입력 2019-04-08 16:54 수정 2019-04-08 17:25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8회말 솔로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뉴시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팀의 새로운 ‘복덩이’로 떠올랐다. 올 시즌 KBO리그에는 장타력 좋은 타자들의 타순을 앞당긴 ‘강한 2번’ 열풍이 불고 있다. 이 와중에 페르난데스는 또 다른 의미의 ‘강한 2번’으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페르난데스는 흔히 외국인 타자들에게 기대하는 거포형 타자의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개막 전부터 탁월한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184경기를 뛰었고, 타율 0.320, 224안타, 33홈런, 124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삼진을 68개밖에 당하지 않았다는 점이 돋보였다.

2019 KBO리그 개막 후 페르난데스는 두산의 2번 타자로 줄곧 경기에 나서고 있다. 8일 현재 총 14경기에서 타율 0.404(리그 2위), 21안타(공동 1위), 2홈런, 14타점(공동 2위)의 성적을 써내며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도 24타수 10안타(타율 0.417)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페르난데스는 무엇보다도 찬스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강점이다. 다소 부족한 장타력을 감추기에 무리가 없다. 그는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많은 4차례의 결승타를 뽑아냈다. 득점권 타율은 0.583(12타수 7안타)으로 리그 3위에 해당한다. 7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6회말 적시타를 치더니 2-4로 뒤진 8회말 추격의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현재 페르난데스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신중한 타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14경기에서 단 네 차례만 삼진을 당했다. 제레미 해즐베이커(18개·KIA 타이거즈), 멜 로하스 주니어(17개·KT 위즈), 제라드 호잉(16개·한화 이글스) 등 다른 외인 타자들의 삼진 개수와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페르난데스의 초반 활약에 두산은 지난해 겪었던 외인 타자 잔혹사를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사실상 외인 타자 없이 시즌을 치렀다. 지미 파레디스와 스캇 반슬라이크는 부상과 부진 등을 이유로 총 33경기에만 출전했고, 타율은 각각 1할대에 그쳤다. 두산 타선이 워낙 막강해 그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가을야구와 같은 큰 무대에서는 타선의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 외인 타자의 활약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페르난데스는 두산의 내야 수비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두산은 시즌 초 타격 부진에 빠진 1루수 오재일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대신 페르난데스가 1루수로 나서 준수한 수비를 보여줬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