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아닌 송홍민, 부천FC의 차세대 스타

입력 2019-04-09 07:00
송홍민이 7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 2 경기에서 상대 선수에게 볼을 뺏어내려 시도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팬들 상당수는 K리그2 부천FC 미드필더 송홍민을 보며 프리미어리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이야기한다. 송홍민의 이름에서 발음상 유사한 손흥민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빅클럽에서 활약하고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까지 맡은 손흥민의 발자취를 따라가길 바라는 것일까. 송홍민은 부천 팬들 사이에서는 ‘부천 손흥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부천 손흥민’이 아닌 진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날갯짓을 시작했다. 연이어 환상적인 득점포를 터뜨렸다. 특히 지난 7일 경기도 부천 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2 5라운드에서 기록한 골은 놀라웠다.

송홍민은 전반 15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뒤로 흘러나온 공을 기다렸다는 듯 강한 하프발리 슛으로 연결했다. 30m 거리에서 날아간 공은 그대로 전남 골문 구석에 꽂혔다. 공은 반사신경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상대 골키퍼 박준혁도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궤적을 그렸다. 전남 수비수 세 명의 온몸을 던지는 육탄방어도 소용없었다.

송홍민은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 그의 본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뒷선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공간을 찾아 패스를 찔러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공격에 가담하기보다는 수비적인 안정감에 힘을 쓴다. 포지션상 득점을 터뜨리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득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 아이파크 원정 경기 이후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다. 부천은 송홍민의 활약 덕에 패할 뻔한 경기에서 연달아 승점 1점을 챙겼다. 득점만이 아니라 본래 맡은 임무인 수비적인 조율까지 준수하게 해냈다.

송홍민이 7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 2 경기에서 득점을 터뜨린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무엇보다 오른발 감도에 날이 섰다. 큰 디딤 동작 없이도 간결하게 강력한 중거리 슛을 때릴 수 있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기록한 장거리 프리킥 득점부터 부산전 득점까지 모두 오른발로 기록했다. 전남을 상대로 터뜨렸던 하프발리 슛 역시 오른발이었다. 날카로운 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송홍민의 중거리 슛은 이제 부천의 위협적인 공격 루트 중 하나가 됐다. 부천 팬들에게 송홍민의 오른발은 손흥민 부럽지 않다.

송홍민은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름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온라인 기사에서 손흥민을 이야기하는 댓글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훌륭한 선수와 함께 언급돼서 기쁘지만 가끔은 내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워낙 어렸을 적부터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라면서 웃음 지으면서도 내심 서운함이 묻어나는 한마디였다.

그는 “부천에 송홍민이라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손흥민 선수처럼 많은 골을 터뜨리지는 못하지만 멋있게 넣을 수는 있다. 더 멋진 골을 넣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선호 부천 감독은 애제자의 활약에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를 끝낸 뒤 “송홍민은 앞으로 팀의 주축이 될 것이다. 더 성장할 것이고, 부천이 버팀목이 될 선수”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