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표 법관들로 꾸려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8일 2019년도 첫 정기회의를 열고 의장단을 선출했다. 의장에는 오재성(55·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법 부장판사가 선출됐다. 오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부의장에는 김동현(45·30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선출됐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오 부장판사가 단독으로 출마해 선출됐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해 의장이었던 최기상(50·25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와 함께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지난해 대법원장 추천 몫인 이진성·김창종 헌법재판관 후임의 후보 심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오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민주화운동보상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등 ‘소신 판결’을 내놓는 법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 재판장이던 2014년 8월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았다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민주화운동보상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부의장에는 임혜원(48·32기) 목포지원 부장판사와 김 부장판사 2명이 출마해 김 부장판사가 다수표를 얻어 선출됐다.
지난해 의장단에는 최 부장판사가 의장으로, 최한돈(54·28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부의장에 올랐다. 최기상 부장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최한돈 부장판사가 우리법연구회의 후신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의장단 모두 진보 성향을 띠었다.
오 부장판사가 의장으로 선출된 만큼 지난해에 이어 전국법관대표회가 진보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농단 의혹 검찰 수사 촉구를 의결하고, 연루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검토해야한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장단을 비롯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한쪽 성향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직접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회의 시작에 앞서 인사말씀을 전했다. 김 대법원장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난날을 알아야했고 과거로부터 교훈을 배워야했다”며 “오직 ‘좋은 재판’이라는 사법부의 사명을 위한 미래의 토대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데에 대한 일부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한 일부 법관들의 개인신상이나 성향을 문제삼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일부에서 제기하는 법관 개인이나 신상, 성향에 대한 근거없는 공격은 공정한 재판을 위한 법원의 노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법관 125명 중 120명이 참석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