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또다시 우리 민족에게 ‘기회의 창’이 열렸다. 핵무기 개발의 주체인 북한정권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이 비록 조건부이지만 스스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하였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임을 간파하고 적극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를 격려하며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풀무질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엇박자를 보이는 바람에 두 번의 기회를 놓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미가 신의 옷자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한반도 비핵화 리포트’ 책머리에서 中)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한 군비통제 등 한반도 문제와 국제안보 문제를 폭넓게 연구해온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한반도 비핵화 리포트’를 최근 출간했다.
20여년 동안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쳐온 조 전 연구위원은 북핵, 군비통제 등 한반도 문제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러시아특사단의 일원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했고,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전문가 자문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맡고 있다.
저자는 ‘한반도 비핵화 리포트’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배경과 보유실태, 비핵화 협상의 경과와 쟁점, 포괄적 안보-안보 교환의 적용, 한반도 비핵화 이후의 과제 등을 폭넓게 다뤘다.
저자는 오랜 연구 내공과 폭넓은 정책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포괄적 안보-안보 교환론’에 입각해 제네바 기본합의를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과 ‘9·19 공동성명’을 도출한 6자회담, 그리고 후속 협의에 관해 조망했다. 이어 지난해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경과를 추적하고 한국과 미국 및 북한의 협상전략과 핵심적인 쟁점사항 등을 분석했다. 또 외국의 비핵화 성공사례와 6자회담의 평가, 미국 싱크탱크의 북핵 해법 제언을 소개하고 새로운 한반도형 비핵화방식을 제시했다.
저자는 현 한반도 상황에 대해 “전쟁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는 2018년에 들어와 대화 분위기로 급반전되었다”며 “신베를린 선언과 8·15 경축사 등을 통해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된 평화 의지와 대북 설득으로 마침내 한반도 정세는 전쟁 위기에서 벗어나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남북 정상의 합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자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연성균형 방식의 안보-안보 교환의 한계를 넘어 ‘핵 억제’를 대체할 수 있는 경성균형 방식의 안보-안보교환(군사적 안전보장 방안)의 병행 추진이 불가피하다”며 연성균형과 경성균형의 배합을 통한 포괄적 안보-안보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자는 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최근의 비핵화 협상 상황까지 반영한 한반도형 비핵화 모델을 개념화해 “우선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의 대상과 범위를 확정해 포괄적 합의를 이루고, 다음으로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완전한 일괄타결을 이룬 뒤, 마지막으로 일괄타결로 작성된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것”이라며 “만약 일괄타결이 어려울 경우 예비회담 성격으로 한두 차례 고위급회담을 열어 부분적 타결과 부분적 이행을 한 뒤 정상회담에서 최종 일괄타결하고 이행을 완료하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했다.
‘포괄적 합의(comprehensive agreement)’→‘일괄타결(packages settlement)’→‘단계적 이행(phased fulfillment)’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첨예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본질을 꿰뚫고 북핵 문제의 대안을 제시해 관심 있는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반도 비핵화 리포트/조성렬 지음, 백산서당, 438쪽, 2만5000원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