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별세 한진그룹·대한항공 미래는…조원태 사장 경영권 승계 속도낼듯

입력 2019-04-08 10:30 수정 2019-04-08 11:1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 숙환으로 사망하면서 갑작스레 총수를 잃은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미래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별세 소식에 미국으로 급히 출국한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될지도 주목된다.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그룹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 및 사내이사 직에서 물러났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주주권을 행사함에 따라 처음으로 퇴진하는 대기업 총수가 됐지만 이틀 뒤 29일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에 조 회장이 어수선한 그룹 분위기를 일신하고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총회 등을 마무리 한 뒤 외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조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조 사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척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지주사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최측근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재선임된 만큼 조 사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지분을 통해 지배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조 사장이 대한항공 이사진에 일가 구성원으로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나서며 운신의 폭을 넓혀갈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진칼→대한항공·한진→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정점에 있는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대주주이자 진에어(60%), 칼호텔네트워크(100%), 한진(22.2%) 등을 소유하고 있다. 한진칼은 조 회장과 조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오너일가가 지분 28.95%를 보유해 지배력이 아직 확고하다. 조 회장이 별세하고, 조 전 부사장과 조 전 전무 등 형제들이 잇단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경영 일선 조기 복귀가 쉽지 않은 만큼 경영 일선에 홀로 남은 조 사장을 중심으로 후계구도 공고화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