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몽타주 공개 후 “여장 남자 봤다” 제보

입력 2019-04-08 04:00

‘포천 여중생 매니큐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몽타주가 공개된 후 제보 수십건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제보 내용에서 수사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특이점을 발견하고 있다.

2004년 2월 경기도 포천시 도로변 인근 배수로의 지름 60㎝ 좁은 배수관 안에서 여중생 엄모(당시 15)양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알몸 상태로 웅크리고 있었다. 엄양은 엄마와의 전화통화에서 “5분 뒤면 집에 도착한다”고 말한 뒤 실종됐다. 이후 96일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일한 단서는 시신 손톱과 발톱에 칠해져 있던 빨간 매니큐어뿐이었다. 매니큐어를 칠한 뒤 손톱을 가지런히 깎기도 했다. 평소 엄양이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았다는 가족과 친구 진술에 따라 엄양이 숨진 후 범인이 칠한 것으로 추정됐다.


범죄심리전문가는 성의식이 왜곡된 인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여아들의 놀이 종류 중 하나인 ‘인형 놀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어디에서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장기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을 지난 3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취재하고 있다는 소식이 돈 후 제보가 들어왔다. 엄양과 이웃한 마을에 살던 한모씨였다. 한씨는 엄양이 실종되기 일주일 전 저녁 무렵 걸어서 귀가하던 중 낯선 흰색 차량에 타게 됐다. 차주가 동승을 권유했고, 한 차례 거절했지만 해코지를 당할까 무서워 차에 탔다. 운전자는 목적지에 한씨를 내려주지 않고 그대로 내달렸다. 한씨는 달리는 차 문을 억지로 열고 탈출했다.


한씨는 운전자의 인상착의와 특징을 비교적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남자 손이 매우 하얗고 손톱이 깔끔했다. 꼭 투명 매니큐어를 칠한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한씨의 기억에 의존해 용의자의 몽타주를 그렸고 한씨는 “진짜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에 따르면 현재 약 50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이 가운데 “몽타주와 비슷하게 생긴 여장 남자를 본 적 있다”는 제보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씨는 “운전자의 인상착의가 여성스러웠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