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법 허점 노린 여청단… 한국도 ‘性 구매자’만 처벌할까

입력 2019-04-08 00:05 수정 2019-04-08 00:05

미투 집회에 참여하며 여성운동에 앞장섰던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 경기도청은 지난해 11월 여청단에 비영리 민간단체 허가를 내줬다. 이들은 정말 공익을 위해 움직였을까.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6일 보도에 따르면, 여청단 대표인 신모씨는 불법 성매매 업소에 잠입해 신고하는 방식으로 음지문화를 소탕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실상은 달랐다. 이들은 눈밖에 난 업소에 협박을 일삼으며 제거했다. 업주들이 여청단의 신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거액의 돈을 상납해야 했다.

이날 방송에는 여청단 간부 유모씨의 검거 장면이 담겼다. 그는 직접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가 소유한 오피스텔에서는 하루에 6건 이상의 성매매가 이뤄졌다. 여기서 벌어들인 수익 일부는 신씨에게 전해졌다. 신씨와 여청단은 거대한 성매매 카르텔을 운영하는 중이었다. 이들은 경쟁업체를 신고하며 이 시장을 독점해가고 있었다.

스웨덴, 노르딕 모델로 성매매 상당수 근절

스웨덴은 1999년부터 성매매 범죄가 발생했을 때 성(性) 판매자가 아닌 성 구매자만을 처벌한다. 실제로 법 제정 후 ‘성매매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한다. 2010년 스웨덴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노르딕 모델을 도입한 이후 성매매 여성이 절반으로 줄었으며 성구매 남성 비율도 13.6%에서 7.6%로 급감했다. 성매매 상담 업소를 자발적으로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상담자의 70~80%는 성매매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이것이 ‘노르딕 모델’이다.

이 모델은 성매매 여성들이 ‘성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 성매매특별법의 경우, 강제적으로 성매매에 동원된 여성만을 피해자로 규정하면서 성을 파는 사람 위주로 처벌해왔다. 성매매가 발각된 후 여성들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지 않았다고 직접 입증하는 것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여성들은 처벌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게 되고 성매매는 점점 음지화됐다.

스웨덴의 활동가 페르 안데쉬 수네손은 “연구에 의하면 다른 직업을 가져서 돈을 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택하는 여성은 극히 적었다”며 “그들을 법적으로 처벌한 것은 잘못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성을 파는 사람 위주로 처벌해왔지만 노르딕 모델은 수요를 차단해 공급을 줄이자는 것”이라며 “여전히 성매매 시장에 여성이 옭아 매여있는 피해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의 경우 성매매 미수나 성접대에 관한 처벌 규정이 없다. 화대를 지불하고 여성을 불렀어도 다른 사람이 돈을 냈거나 단속에 걸리기 전 성관계가 없었다면 죄를 묻지 않는다. 신씨 역시 이 허점을 노렸다. 성매매 미수도 처벌하는 법이 있었다면 이들이 악용하는 일도 없었다.

한국도 노르딕 모델 도입을 논의했으나 아직까지 의식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해 보류됐다. 대신 미국의 ‘존스쿨제도’가 도입됐다. 성매매 범죄를 일으킨 사람에 한해 교육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존스쿨 강사는 “자신이 잘못을 했다기보다 억울하다고 토로하는 장이 될 때도 있다”며 “자주 보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도입한 지 14년이 지났지만 그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노르딕 모델을 도입해 달라는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입 촉구 청원이 처음 등장했고, 지난 17일에도 비슷한 청원이 올라왔다. 2017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남성 50% 이상은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성 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성구매 횟수는 8.45회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