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두천’ 정글 대결서 판정승한 클리드, 이제는 정글의 왕이다

입력 2019-04-07 20:10
‘클리드’ 김태민. 라이엇 게임즈 제공

두 천재의 대결이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클리드’ 김태민이 인간계 최고로 꼽히는 ‘커즈’ 문우찬을 가볍게 누르고 정글의 왕 타잔에게 도전한다.

‘클리드’ 김태민이 정글러로 활약한 SK텔레콤 T1은 7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킹존 드래곤X와의 2019 스무살우리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플레이오프 2라운드 대결에서 3대 0 완승을 거뒀다.

정글러의 역할이 매우 강조되는 시기인 만큼 기량이 만개한 양팀의 정글러 싸움이 이목을 샀다. 처음으로 다전제 진검승부를 벌인 두 정글러는 팀 콘셉트에 맞춰 다양한 플레이를 했다. 결과는 ‘클리드’의 판정승. 이제 그는 결승전에서 스플릿 최고의 정글러로 인정받은 ‘타잔’ 이승용에게 도전한다.

1세트에서 ‘클리드’가 판정승을 거뒀다. ‘커즈’가 LCK 1318일 만에 바이를 깜짝 꺼냈지만 선택의 이유를 증명하지 못했다. 콘셉트상 바이는 6레벨 타이밍에 강점을 보여야 했지만 눈에 띄는 설계는 없었다. SKT는 사이드 운영보다 한타 위주로 경기를 끌어가며 킹존의 끊어먹기 의도를 사전에 차단했다. ‘클리드’의 자르반 4세는 상대의 이목을 끄는 치고 빠지는 플레이로 팀을 편안하게 했다.

‘커즈’가 내셔 남작 버프를 상대 원거리딜러에 빼앗기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정글 아이템에 ‘용사’를 부여하는 등 대미지에 초점을 둔 아이템 트리도 뒤로 갈수록 독이 됐다. 결국 0킬 5데스 7어시스트로 부진하며 세트를 마쳤다. 반면 ‘클리드’의 자르반 4세는 상대 대미지를 받아내는 아이템을 두루 갖춰 아군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는 스킬 활용으로 팀 승리의 한 축을 감당했다.

‘커즈’ 문우찬. 라이엇 게임즈 제공

2세트에서도 창과 방패의 대결이 이어졌다. ‘커즈’는 카밀을 골라 극 공격 아이템을 맞추고, ‘클리드’는 자르반 4세로 방어 아이템 트리를 탔다. 이번에도 승자는 ‘클리드’였다. 킹존 조합의 중심엔 ‘커즈’가 있었다. 카밀의 동분서주 활약 속에 라이즈, 쉔, 르블랑의 발 빠른 합류가 빛났다. 20분이 채 되기 전에 3000골이 벌어질 정도로 킹존의 기동전은 효과적이었다.

SKT가 뭉쳤다. 위쪽 정글에서 벌어진 잇따른 전투에서 SKT가 만회해나갔다. 자르반 4세가 들어가고 빠지는 기민한 움직임으로 어그로를 끌어 시간을 벌었다. 36분경 내셔 남작을 놓고 벌인 숨 막히는 전투에서 ‘클리드’가 침착하게 강타를 사용해 내셔 남작 버프를 차지했다. 기세를 탄 SKT는 쌍둥이 타워 1개가 밀린 상황임에도 국지전마다 승전보를 울렸다. ‘클리드’가 가고일 돌갑옷을 두르고 탱커 역할을 진득히 수행했다. 결국 SKT가 대 역전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3세트에서 두 정글러의 역할이 교차됐다. ‘클리드’는 카직스를, ‘커즈’는 자르반 4세를 골랐다. 조금 다른 것은 자르반 4세가 적당히 딜템을 섞어준 정도. ‘클리드’는 카직스를 고른 이유를 증명했다. 상대 챔피언에 둘러싸인 와중에 ‘데프트’ 김혁규의 시비르를 데려갔고, 이후엔 ‘폰’ 허원석의 아지르를 처치하며 상대 딜러라인의 성장을 억제했다. 반면 자르반 4세는 적절히 딜 아이템을 섞어준 의미를 찾지 못하며 중후반 그 역할이 점점 퇴색됐다.

타워를 고려하지 않은 과감한 다이브 콘셉트에 카직스는 안성맞춤이었다. 반면 자르반 4세는 딜, 탱 모두에서 애매해졌다. SKT가 스플릿 푸시를 하면 킹존은 카직스의 합류가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애매한 인원 배분은 곧 SKT의 일방적인 득점으로 연결됐다. 결국 내셔 남작 버프를 두른 SKT는 바텀에서 대승을 거두며 잠실행을 결정지었다.
‘클리드’ 김태민(좌)와 ‘테디’ 박진성. 라이엇 게임즈 제공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