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 없는 도로에서 하루 평균 보행자 3.6명이 사망했다. 4명 중 3명이 보차혼용도로(보도가 없어 보행자와 차량이 혼재돼 있는 도로)에서 사망한 것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7일 ‘보차혼용도로 보행자 사고 위험성과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연구소는 2013~2016년의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자료와 보험사 보행교통사고 동영상을 분석했다.
전체 보행중 사망자(7015명)의 74.9%(5252명)가 보차혼용도로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차혼용도로에서는 연평균 1313명이 사망했고 하루 평균 100명의 보행자가 부상을 입었다. 보도가 분리된 도로와 비교하면 보행사망자는 3배, 보행부상자는 3.4배 많은 수치다.
사고 빈도는 도로 폭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폭이 9m 미만인 ‘골목길’에서 보행자의 44.4%(3118명)가 사망했다. 이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골목길을 점령하고 있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2014년 1월부터 2018년 2월 사이 발생한 보행교통사고 영상 985건을 분석한 결과, 불법 주정차로 인한 통행 방해 때문에 55.5%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로 폭이 12m 이상인 넓은 도로에는 양측에 보도를 설치하고 포켓형 노상주차장 등을 설치해 주차난과 주민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폭이 9m 미만인 골목길은 보행자에게 통행 우선권을 부여하는 ‘보행자 우선도로’를 도입하고 제한속도를 20㎞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주행속도가 20㎞ 이하일 경우 보행사망률이 미미했으나 30㎞를 초과하면서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의 사례처럼 보차혼용도로 내에서의 제한속도를 20㎞ 이내로 하향하고, 보행자 통행우선권을 확보하는 등 국제기준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준한 책임연구원은 “보차혼용도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보도설치, 보행자우선도로 지정, 제한속도 하향 등을 위한 지침과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주거·상업지역 내 보도가 없는 골목길은 독일, 영국처럼 도로 폭에 따라 제한속도를 10~20㎞로 낮추고 보행자 교통사고시 운전자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