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최고의 명장면’ 이상화·고다이라, 韓·日 우정상 수상

입력 2019-04-07 14:53
스피드스케이팅의 한국 국가대표 이상화(오른쪽)와 일본 국가대표 고다이라 나오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일 우정상 수여식에서 손가락 하트를 그리고 있다. 뉴시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레이스를 마치고 부둥켜안은 이상화(30)와 고다이라 나오(33)가 한·일 우정상을 받았다.

평창기념재단(이사장 유승민)은 7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청산법인과 함께 한·일 우정상 행사를 열고 두 선수에게 기념패를 수여했다.

이상화는 “수많은 상을 받았는데 우정상은 처음이다. 고다이라와 어릴 때부터 30세까지 우정을 쌓아 이런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소치올림픽 후 부상 때문에 힘들었고, 은퇴를 고민했다. 마음이 나약해질 때 고다이라가 정신을 일깨워줬다. 그래서 함께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선수로서,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고다이라가 있어 도전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우정을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한국 국가대표 이상화(오른쪽)와 일본 국가대표 고다이라 나오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일 우정상 수여식에 참석해 밝게 웃고 있다. 뉴시스

고다이라는 “따뜻한 우정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 평창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레이스를 했다. 레이스 이후 보여드린 모습은 감동이었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평범한 하루하루였다”고 말했다.

또 “평창올림픽 이후 이상화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고다이라가 있으니 내가 있고, 내가 있어 고다이라가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서로를 감동시키는 메시지였다”며 “스포츠맨으로서 보여드린 모습은 말이 아니라 마음을 울렸다고 생각한다. 평창올림픽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큰 감동이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DB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의 경쟁자면서 동반자였다. 두 선수는 지난해 2월 18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결선 500m를 나란히 완주했다. 고다이라는 36초94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상화는 37초33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고다이라는 트랙을 돌며 관중에게 인사하는 이상화를 끌어안았다. 이상화의 손에 들린 태극기와 고다이라의 몸에 둘러진 일장기가 나란히 붙었다. 생애 마지막일지 모를 올림픽 레이스를 끝내고 눈물을 흘리며 트랙을 돌던 이상화의 등을 고다이라는 차분하게 다독였다. 둘 사이에 승패도, 국적도 없었다.

37초 안팎의 짧은 레이스를 위해 4년간 구슬땀을 흘렸을 선수에 대한 존경, 그리고 사람 간의 우정만 있었다. 한·일 관계가 냉각되고 있던 그 시기에 국경을 넘어선 두 선수의 우정은 평창동계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이 됐다.

유승민 평창기념재단 이사장은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레이스는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며 “한국, 일본 국민이 두 선수의 우정과 스포츠맨십에 감동했고 세계가 박수를 보냈다. 우리가 계승하고 보여줘야 할 올림픽 정신을 오롯이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