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한국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강인이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시간이다. 출전 기록을 살펴보면 소속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강인의 고충이 선명해진다. 스페인 발렌시아의 최근 10경기에서 모두 결장했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이 이강인을 완전히 전력 외 선수로 분류한 모양새다. 경험 축적이 가장 중요한 시기지만 경기에 나서기 쉽지가 않다. 지난 2월 22일 스코틀랜드 셀틱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경기가 마지막 출전이다.
발렌시아는 7일 스페인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데 바예카스에서 열린 2018-2019 프리메라리가 31라운드에서 라요 바예카노에 0대 2로 패했다. 이강인은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18명의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다.
발렌시아로서는 뼈아픈 패배였다. 이날 승리를 거뒀다면 한 경기 덜 치른 헤타페(승점 47)를 넘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권에 안착할 수 있었다. 프리메라리가에서 달성해야 할 발렌시아의 현실적인 목표다. 하지만 19위에 위치해 처절한 강등권 싸움을 벌이는 라요 바예카노(승점 27)의 절실함이 더 강했다. 발렌시아는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한 최근 17경기에서 무패(10승 7무)를 달성했으나 한수 아래로 평가됐던 바예카노에 발목을 잡혔다.
쉴 틈이 없다. 승점 46을 기록한 발렌시아의 현재 순위는 5위. 한 경기 덜 치른 세비야(승점 46),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승점 44), 애슬레틱 빌바오(승점 43)의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는 뒤바뀔 수 있다. 목표인 4위권 안에 들기 위해서는 매 경기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마르셀리노 감독이 이강인의 포지션에 곤살로 게데스와 데니스 체리셰프라는 고정된 선수들만 고집하는 이유다. 발렌시아는 다가올 여름 임대생 신분인 체리셰프를 완전 영입할 계획이다.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 세 번째 옵션인 이강인에게 출전 기회가 돌아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감독으로서는 출전 명단에 변화를 주는 것보다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기존 선수들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얘기다.
전술적 이유도 있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후방에 무게 중심을 두는 수비적인 4-4-2 포메이션을 선호하고 있다. 신장 조건과 대인방어 수비에서 약점을 보이는 이강인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중용하기 힘들다. 상대 공격수의 일차적인 전진을 제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자고 측면 공격수로 기용하자니 빠르게 전개되는 역습 상황에서 이강인에게 카운터를 맡기기에는 효율이 떨어진다.
다음 경기에서는 출전은 아니더라도 18인 소집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15일 맞붙을 레반테와의 프리메라리가 32라운드에서다. 오른쪽 측면 날개를 맡은 페란 토레스가 바예카노전에서 옐로카드를 수집했기 때문이다. 페란은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강인에게는 행운이다. 마르셀리노 감독이 이강인을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1군 경기에서 실험해왔기 때문에 교체 출전을 조금이나마 기대해 볼 수 있다.
이강인은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첫 번째 옵션은 임대다. 다행히 다음 시즌 프리메라리가(1부리그) 승격이 유력한 세군다리가(2부리그) 소속 오사수나, 그라나다 등 팀들이 이강인 임대 영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에게는 적절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