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 집안’ 넘어가 비수 꽂은 대들보… 도르트문트, 레반도프스키 잔혹사

입력 2019-04-07 13:48
바이에른 뮌헨 공격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7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2018-2019 독엘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손으로 만든 '2'와 '0은' 그의 분데스리가 통산 200호 골을 의미한다. AP뉴시스

친정을 지탱했던 대들보는 이제 집체를 무너뜨리는 지렛대로 변했다.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5년 전 바이에른 뮌헨으로 옮긴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얘기다. 레반도프스키가 친정에 비수를 제대로 꽂았다.

뮌헨은 7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2018-2019 분데스리가 28라운드에서 5대 0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일등공신은 레반도프스키였다. 전반 17분 달아나는 추가골부터 후반 44분 축포를 터뜨리는 마지막 득점까지 멀티골을 몰아쳤다.

이날 경기는 ‘데어 클라시커’로 불리는 라이벌 매치답게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리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시즌 종료까지 9경기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도르트문트(승점 63)와 뮌헨(승점 61)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승부는 뮌헨의 일방적 공세로 전개됐다. 뮌헨이 완승한 것은 결과만이 아니었다. 통계에서도 모든 부분을 앞섰다. 59대 41로 점유율에서 근소하게 앞선 뮌헨은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맹공을 퍼부었다. 슛에서 22대 4로 도르트문트의 5배 이상 많았다. 도르트문트의 유효 슛은 더 처참했다. 뮌헨이 10대 1로 정확히 10배 앞섰다. 도르트문트가 가까스로 기록한 한 번의 유효슛은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사실상 한번을 제대로 때려보지 못한 셈이다. 뮌헨은 코너킥에서도 11대 1로 월등하게 앞섰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승리의 여신은 도르트문트를 외면하며 뮌헨이 우승 레이스에서 가장 앞설 수 있게 됐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레반도프스키의 활약 덕이다. 레반도프스키는 이날 자신의 분데스리가 통산 200호 골을 터뜨렸다. 득점을 터뜨린 후 오른손으로 ‘2’, 왼손으로 ‘0’을 만들어 보이며 기쁨을 만끽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시절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AP뉴시스

공교롭게도 200호 골의 제물이 된 도르트문트는 레반도프스키의 옛 친정. 그는 지금은 잉글랜드 리버풀 지휘봉을 잡게된 위르겐 클롭 감독과 함께 도르트문트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2010-2011시즌과 2011-2012시즌 도르트문트 역사상 처음으로 분데스리가 2연패를 달성했다. 레반도프스키는 클롭 감독 지휘 아래 도르트문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그의 차기 행선지는 숙적 뮌헨이었다. 2014년 7월 뮌헨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불과 1년 전 마리오 괴체를 뮌헨으로 보냈던 도르트문트 팬들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욱이 레반도프스키는 당시 자유계약으로 풀리며 이적료 한 푼 없이 팀을 떠났다. 도르트문트 팬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레반도프스키는 친정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무서운 활약을 펼쳤다. 뮌헨 소속으로 도르트문트와 싸운 경기에서 해트트릭 한 번과 멀티골 4번 등 11경기 만에 16골을 몰아쳤다. 떠난 지 5년 만에 현역 선수 중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가장 많은 득점 기록이다. 도르트문트로서는 이보다 더한 악연이 없는 셈이다.

도르트문트의 레반도프스키 잔혹사는 다시 반복됐다. 이번 시즌은 7년 만에 분데스리가 왕좌를 되찾을 수 있는 적기로 꼽혔으나 레반도프스키가 무너뜨렸다. 우승 레이스에서 뮌헨에 한 자국 뒤처졌다. 만일 또 한 번 우승컵을 놓친다면 도르트문트는 레반도프스키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