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가 일순간 홈팬들의 야유로 뒤덮였다. 조롱과 야유의 대상이 됐던 이는 상대 선수가 아닌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던 가레스 베일이었다. 2대 1로 승리했던 6일 SD 에이바르와의 2018-2019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1라운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중위권(11위)의 에이바르를 상대로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주축 선수들을 대거 제외하며 지단 감독 체제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알바로 오드리오솔라, 페데리코 발베르데, 세르히오 레길론 등이 선발로 나섰다. 공격만큼은 달랐다. 익숙한 선발진이 아닌 상황에서 무게감을 갖춘 진영이 필요했다. 가레스 베일을 필두로 카림 벤제마와 마르코 아센시오가 공격을 이끌었다. 베일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베일의 활약은 신통치 못했다. 에이바르가 상대 안방에서 전반전 흐름을 빼앗으며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베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오른쪽 측면 공격은 위협적이지 못했다. 볼을 잡았을 때 순간적으로 들어오는 에이바르 수비진들의 압박 타이밍이 좋았다. 베일의 몸이 유독 무거워 보였다. 이번 시즌 부상과 복귀를 반복하며 겪었던 경기력 기복이 이날은 유독 두드러졌다.
전반 28분, 베일을 향한 홈팬들의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에이바르 선수들이 공격하기 위해 라인을 끌어올린 상황에서 뒷공간이 비었을 때였다. 볼을 탈취한 루카 모드리치가 비어있던 오른쪽 측면을 보고 날카로운 롱패스로 찔러 넣어줬다. 베일이 장기인 주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달려나가 상대 수비수들을 제쳐놓고 왼발 슛을 시도했다.
베일의 슛은 골대 옆으로 빗나갔다. 홈팬들은 득점 기회를 놓친 아쉬움을 베일을 향한 야유로 풀어냈다. 베일은 순간적으로 관중석을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에도 베일은 수차례 득점 기회를 놓치며 부진한 활약을 펼쳤다.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 갈 수 없었다.
지단 감독은 1-1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첫 번째 교체 카드로 베일을 불러들이고 토니 크로스를 투입했다. 그리고 곧바로 베일의 빈자리에 두 번째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루카 모드리치를 제외하고 루카스 바스케스를 위치시켰다. 바스케스가 왼쪽 측면으로 들어갔고 아센시오가 베일이 위치했던 오른쪽 측면으로 위치했다. 공격의 흐름에 변화를 주기 위한 계산이었다.
지단 감독의 용병술은 적중했다. 후반 36분 크로스가 올려준 정확한 크로스를 벤제마가 헤딩골로 연결하며 역전에 성공하며 완벽히 흐름을 빼앗아왔다. 후반 42분에는 벤제마가 바스케스와 연계 플레이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며 해트트릭을 노렸지만, 골키퍼를 넘지 못했다. 벤치에서 씁쓸한 표정으로 팀의 승리를 바라본 베일은 마냥 웃기는 어려웠다.
베일은 다가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평가된다. 지단 감독이 복귀한 뒤 잇따라 기회를 잡고 있지만 새로 재건하는 팀 내에서 입지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레알에 막대한 이적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도 베일이 떠날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레알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에당 아자르(첼시),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적설이 불거진 상황이다.
현지 매체들은 베일의 이적료로 1억 유로(약 1287억원)라는 구체적인 몸값까지 추산했다.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와 맨유가 베일의 차기 행선지로 거론되고 있다. 베일은 이번 시즌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떠나거나, 골프에 전념하는 등의 문제로 잇따라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다음 시즌에도 베일의 거취 여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 지난해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떠나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대체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님은 확실해졌다는 점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