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으로 분류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야 하는 대상일까.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이 후원하는 ‘제4회 게임문화포럼’이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현행 게임 규제의 일몰이 내년 초 예정돼있어 관련부처 등이 새 기준을 치열하게 논의 중이다. 다음 달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게임이 치료의 대상으로 분류될 경우 규제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이날 포럼은 ‘진실게임- 게임,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제로 게임의 질병화가 과연 목표로 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이에 앞서 게임이 뇌 과학·문화콘텐츠의 영역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를 짚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먼저 기조강연에 나선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플로리다 스테트슨 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근거 없는 믿음과 사실, 그리고 도덕적 공황(Moral Panic) : 게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염려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게임이 폭력성·선정성을 일으키는 직접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숱한 여가생활 중 굳이 게임이 더 높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 다른 과몰입과 함께 동등하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시행중인 ‘셧다운제’가 2017년 기준 청소년이 하루에 1분 30초 더 잘 수 있게 됐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이러한 조치는 답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게임 이용자에 대한 장기추적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게임 과몰입,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한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회 교수는 “청소년의 게임이용시간과 게임과몰입 정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년 변화무쌍하다”면서 “게임과몰입의 주된 영향을 게임 그 자체보다는 부모의 양육태도와 학업 스트레스, 자기통제력 등의 사회심리적 환경에 기인한다”고 전했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회 교수는 ‘게임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은?’이라는 세션 발표를 통해 “게임 과몰입을 일으키는 스트레스와 자기 통제는 임상 연구에서 우울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게임 과몰입에 의한 뇌의 기능적 변화(뇌의 연결성·활성화)가 관찰됐지만, 주로 공존 질환(ADHD와 함께 존재하는 질환)과 관련이 깊고, 실제로 뇌의 변화 양상을 보면 ADHD와 비슷하다고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어 “게임이 뇌에 단독적인 부정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보다 객관적인 결과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세션에선 ‘게임을 묻다 : 선(善)인가, 악(惡)인가?’를 주제로 방승호 아현산업정보고등학교 교장, 김상도 대구부모교육연구소장, 이동건 게임연구소장이 패널토의를 진행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