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가 5일 전주 KCC와의 KBL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어마어마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코트 위 선수 다섯 명의 나이가 합쳐서 무려 201살이나 되는 ‘형님 라인업’이었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베테랑 선수들을 두루 기용했고, 이는 경기 막판 KCC를 체력적으로 완전히 제압하는 결과를 낳았다.
5일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울산동천체육관. 유 감독은 1쿼터 중반 양동근(38) 오용준(40) 문태종(44) 함지훈(35) 아이라 클라크(44)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가동했다. 리그 고참급 선수인 함지훈이 코트 위에서 가장 막내가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현대모비스는 이들을 앞세워 25-19로 1쿼터를 앞선 채 마쳤고, 3쿼터까지 근소한 리드를 지켰다. 그리고 4쿼터에 점수 차를 벌려 92대 84의 승리를 거뒀다.
현대모비스의 베테랑들은 적재적소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했다. 양동근은 32분을 소화하며 14점을 올렸다. 변함없는 수비와 빠른 공격으로 상대를 뒤흔들었다. 함지훈은 35분을 뛰며 12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올렸다. 궂은일은 물론 골밑에서 노련하게 파울을 얻어내는 모습이 돋보였다.
문태종(4점 2리바운드)이 20분, 오용준(5점 3리바운드)이 15분41초를 소화했다. 문태종은 승부처였던 4쿼터 10분을 모두 뛰었고, 오용준은 1쿼터에만 5점을 올리며 팀의 리드에 힘을 보탰다. ‘시계 형님’ 클라크는 1쿼터 기선을 제압하는 덩크슛을 포함해 4점 2리바운드를 올렸다. 단 7분9초만 출전했으나, 이는 주축 라건아가 체력을 아꼈다가 4쿼터에 힘을 발휘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이러한 라인업은 유 감독의 철저한 계산 아래 나온 것이었다. 경기 초반 베테랑들을 투입해 체력을 비축하면서 접전의 경기를 펼친다면 승부처에서 밀어붙였을 때 현대모비스가 승산이 크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라건아가 4쿼터에만 11점을 집중했고, 양동근 함지훈 문태종을 중심으로 강력한 내외곽 수비를 펼쳐 KCC의 추격을 저지했다.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른 KCC는 이미 체력에서 현대모비스에게 열세여서 어려움이 컸다. 이날 후반인 3, 4쿼터에만 9개의 실책을 저질렀고, 결국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유 감독은 경기 후 “초반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면 경기 막판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체력적 우위가 있기에 3차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